어제는 격렬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집에 와서 해야 할 일.
씻고, 가계부를 쓰고, 일기 비슷한 뭔가를 끄적이고, 아이 저녁 준비를 하고,
빨래와 설거지, 책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로 했던 스케줄.
잠 자기 전까지 눕는 일이 없는 내가
어제는 모든 스케줄을 접고 아이 저녁 준비를 끝내고 씻자마자 누웠다.
누워서 멍하니 아무 생각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봤다.
때론 이렇게 시간을 써도 되는 거라고 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격렬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그런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나에게 필요하다고,
그런 날이 있어야만 살아갈 힘이 비축된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나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