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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 날개를 달자 Dec 07. 2022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효도를 강요받는건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복수 (방현희)

세상에 사소한 복수란 게 있는 걸까? 누군가는 지랄 같은 상사의 커피에 침을 뱉는 것(이런 건 텔레비전에서 유머처럼 나오긴 했지만 실제로 이러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으로 사소한 복수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닌 척하며 발을 걸기도(이것도 TV에서 나왔었지?) 하고, 또 누군가는 다른 이에게 은근슬쩍 말을 돌려 이상한 소문으로 복수를 하기도 하겠지만. 복수하면 나는 제일 먼저 피 철철 혹은 총 칼, 부림이 생각난다. (보통 복수하면 이런 걸 상상하지 않나? 내가 너무 극단적인가? ^^) 내 성격상 피 철철, 칼부림은 무서워서 못하고, 총 칼로 사생결단 낼 거 아니면 나를 무시하는 그 사람 나도 같이 무시하자는 쪽이기에 복수를 생각해 본 적 없다. 근데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복수라니. 그게 복수 축에나 낄 수 있는 걸까?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홀로 삼 형제를 키운, 그중에서 막내인 남자. 자식들을 다 키운 아버지는 어느 날 여인과 살기 시작했다. 일정 부분 재산을 나눠주는 조건으로. 때문에 남자는 누구도 신경 쓰며 살지 않고 자신의 몸만 추스르면 된다. 하지만 삼 형제 중에서도 자신은 약자여서 일까? 좋아하는 현지에게도 남자는 사랑의 약자가 되어 버린다. 공부 잘 한 첫째 형과 둘째 형은 미국에서 유학을 해, 큰 형은 미국에서 자리 잡아 살고 있고, 작은 형은 대학교수로 과천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형들은 아버지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 자주 만나고 아버지의 곁에 있는 사람은 막내 석진이지만 아버지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두 형만 있다. 석진은 조그만 회사의 피디로 나름 아이디어가 있고 편집 기술이 뛰어나지만 그 능력을 여자 친구 현지에게 늘 빼앗기는 신세이기도하다. 이런 석진이 하려고 하는 사소한 복수는 과연 무엇일까? 


약자는 강자에게 어떤 상처도 주지 못한다치명적인 상처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다그러므로 나는 아버지의 어떤 결핍도 해소해줄 수 없으며 어떤 도움도 줄 수 없고치유는 더더구나 내 몫이 아닌 것이다. (182) 석진은 여자 친구 현지에게도 아버지에게도 강자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늘 많은 것을 주고, 자존심을 꺾지만 되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참 슬픈 책이다. 생각해 본다. 나란 사람은 강자인가 약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때 부모님에 관해서는 약자 아니었을까? 지금처럼 형제자매가 한 두 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본 셋 이상이 되니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 강자가 될 수 있고, 누군가는 공부를 월등히 잘해 강자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한 집에 한 명 될까 말 까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 오빠. 그 오빠를 향한 엄마의 짝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눈물겹다. 나나 여동생이 아무리 잘해도, 오빠의 그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다. 


이 소심하고 안타까운 석진이라는 인물. 어쩜 석진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일지 모른다. 마음속으로 수 십 번 복수를 다짐하고 실천하기를 바라지만 결국 하지 못하고 마음 안에 담아 두고 나 자신을 괴롭히는.. 내 모든 복수는 여러 번 휘둘러졌어도 생채기만 냈을 뿐 치명상을 입은 건 나였고나에게는 아직 죽어가는 아버지가 있다 (299) 내가, 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석진의 입장을 그리고 아버지의 입장을 그리고 현지의 입장을 보다 자세하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아버지 곁에서 수발을 드는 건 석진이지만 아버지는 형만 찾는다. 곁에 없고 아버지에게 신경도 쓰지 않는 형들. 그리고 석진을 이용(?)해 성공을 찾아가는 현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했던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엔 현지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고 있는 석진은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일지도.


가족은 참 묘하다. 부모의 첫사랑 혹은 짝사랑은 항상 일방적이다. 나는 그 짝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 그런지 조금은 부모님께 냉정한 편이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효도만 하겠다고 하는 내가 너무 무심한 것일까? 오늘도 우린 가족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일방적인 효도를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 감 없이 사랑으로 충만했다면 좋았을 텐데, 부모도 사람인지라, 특정 자식에게 첫눈에 반한 사랑 앞에서는 감정을 감출 수 없나 보다. 덜 사랑받은 사람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약자가 할 수 있는 사소한 복수는 과연 무엇인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늙어가는 부모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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