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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에 날개를 달자 Dec 13. 2022

매일 화목(?)할 수 없는 게 가족이야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내가 어릴 때. 엄마의 관심사는 언니와 오빠 둘 뿐이었다. 나와 동생은 덤(?)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기에 마음속에서 늘 묘한 삐딱선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엄마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길 거부했으니까. 거부 안에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무언의 시위 같은 게 작용했고, 그러면서 내 의지가 뭔지 보여주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내가 가정을 가지면서 생각한다. 만약 그때 엄마가 나에게 오빠나 언니에게 주는 관심을 가졌더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솔직히 지나고 보니 고마운 부분이 많았다. 관심이 덜 했기에 나는 고민을 했고, 나에게 집중했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선 요즈음 아이들이 조금은 안타깝다. 하나 아니면 둘이라는 자식 앞에 부모들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표현하지만, 그게 과하게 나타나 부작용을 일으키니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던 것은 하나다. 자식들에게 보이는 사랑과 관심. 그 선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게 어려워 우리는 아이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의견 충돌을 겪는 것이겠지. 어떤 부모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내 아이는 이 정도까지 해줄 것이고, 여기서 더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가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1970년대 오하이오 주 작은 마을에 중국계 미국 가정이 있다. 엄마는 메릴린 리이고 아빠는 제임스 리다.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는 리디아. 둘째인 리디아는 엄마의 아름다운 파란 눈과 아빠의 칠흑 같은 머리칼을 물려받았다. 때문에 리디아의 부모는 자신이 이룰 수 없었던 꿈을 리디아를 통해 실현하려고 한다. 엄마 메릴린은 딸 리디아가 가정주부가 아닌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아빠 제임스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고 주목받는 여자로 자라게 하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있는 호수에서 리디아의 시체가 발견된 뒤, 이 가정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죄의식에 사로잡힌 아버지 제임스는 위로받기 위해 학교 조교인 중국 여성과 일탈을 시작하고, 메릴린은 리디아가 죽은 걸 인정할 수 없어 범인을 잡겠다 결심한다. 또한 오빠 네이선은 이웃집 소년 잭이 동생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 생각하며 그를 주시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집의 막내 한나뿐. 이들은 왜 리디아가 죽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살면서 부모님에게 기대를 받아본 적 없는 내 입장에서 이런 삶의 무게가 어떤 형식일지 짐작할 수 없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아이 입장이라면 사는 것 자체가 괴로움 아니었을까? 또한 같은 형제자매이면서 관심받지 못한 아이들은 그 상황에 얼마나 상처 입었을까? 요즈음 나는 작은 아이와 적당한 선을 만들고 그 선을 어떻게 당겨야 할지 고민이 많다. 일방적으로 끌고 오면 아이는 반항할 것이고, 그 줄을 놓아 버리기엔 아이를 ‘포기’하는 것 같아 내가 인정할 수 없다.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것. 부모가 되어해야 할 가장 큰일이 바로 기다리기라던데... 성격이 급한 내 입장에선 그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오늘도 그 적당한 선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난 생각한다.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는지. 가끔 생각하지 못한 일로 남편과 싸울 때가 있었다. 그러면 공기 중에 떠도는 묘한 긴장감이 아이들을 피곤하게 한다. 가능하면 그런 공기를 만들고 싶지 않지만, 사람 사는 세상 어떻게 늘 행복하고 늘 즐거울 수 있을까? 완벽하게 잘 짜인 가정 같지만 때론 공기 중에 떠도는 묘한 균열을 발견할 때 당황하곤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그 따스하고 화목한 가정이 진짜 모습인지에 대한 의문까지. 우리 집은 늘 화복 하지 않다. 때론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 만들어진 화목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싸울 때도 있지만 적당한 선에서 사과를 하고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싸우지 않는 화목한 가정은 어쩜 텔레비전 화면이 만들어낸 허상일지 모른다. 내 아이가 오늘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혹 억지로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화목한 가정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자.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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