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기다리는 걸 참 못했다.
사실 기다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약속 시간은 늘 10분 정도 일찍 나갔고, 10분 이상 기다리는 걸 싫어했다.
내 시간이 소중하듯 다른 사람의 시간도 소중하다고 생각했기에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나는 매일 기다린다.
아이들이 어릴 때엔 시기에 맞게 해야 하는 것들
(배밀이, 뒤집기, 앉기, 잡고 일어서기, 걷기, 뛰기, 말하기, 혼자서 먹고 마시는 일
그리고 배변 훈련과 시기별 해야 하는 행동들까지.)
누구보다 늦으면 속상하면서도, 그게 억지로 되지 않음을 안다.
아마도 나는 그때부터 기다림이 익숙해졌나 보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기다림은 인내심을 동반한다.
단지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는 그 무엇.
참고 참고, 인내하고 인내하고 인내해야 하는.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아니 포기가 되지 않는.
속이 썩어 문드러져도 참고 기다려야 하는.
그 기다림의 끝은 무엇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가 아이들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마음 칸이 있고,
내가 내 인생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마음 칸이 있다.
그 기다림의 비율이 조금씩 달라질 뿐.
나는 오늘도 울 작은 녀석 귀가 시간을 기다린다.
이 녀석 언제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