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일기15] 쉬는 방법

by 아달리

어제 연남공원에 갔다. 들판에 누워서 하늘을 보니까 기분이 어찌나 좋고 행복하던지. ......물론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나는 나를 놓는 법을 잊어버렸다.


10대의 나는 특별할 것 없는 휴식을 즐기며 살았다. 공부를 하고, 한 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고, 티비를 보기도 하고, 내일에 대한 계획이나 꿈은 딱히 없었지만, 그 평범한 일상이 참 은은하게 행복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라는 옷을 억지로 껴입고 있는 것은 아닐까. 꿈을 '만들고', 계획을 세워 나를 '우겨 넣고', 좋은 결과가 올거라고, 그리고 나는 현재를 즐기고 있다고, 감사하다고... 그렇게 나를 몰아세운 것은 아닐까. 과거의 나는 꿈도 막연하고, 계획도 없었지만(뭐 공부계획이 있었지만 막 간절한 목표는 없었다.) 생각 없이 하루를 보냈고, 행복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불행에 빠진 적도 없었다.


연남공원에 돗자리를 풀고 자리에 탁-하고 앉아 기지개를 했다. 몸이 뻐근했고 하고 싶은 것은 없었다. 그래도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있는 것은 곧 어디에 앉아 음식을 먹는 것이고, 그것은 곧 잉여 칼로리, 살이 되니까. 움직이며 칼로리를 다 태우고 집에 돌아가야 하루를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듯했고, 내가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몸이 피곤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쉬는 거, 못하지?"


그랬다.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것이 싫었다.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스스로 계획한 작은 목표들을 해치우고 나면, 휴식 시간이 되었다. 그러면 운동이라도 가는 게 좋을텐데-하며 책을 읽는다. 내가 좋아서 읽었을까, 무언가 세뇌를 위해 읽었을까. TV를 볼 때도 좀더 배울 수 있는 것을 찾아 보고, 영화를 봐도 외화를 보았다. 영어라도 배우니까.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 숨을 쉬는 것이 나에게 참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부지런한 것은 좋은 것이지만, 지금의 나는 쉴 줄 모르고 힘겨워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펭귄 날다>는 승무원 준비생 시절 경험을 담은 에세이로, 과거 저의 개인 블로그에 기재했던 글을 다시 옮겨 연재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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