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일기 1
시츄라고 들어봤니?
나는 2013년 12월 27일에 태어난, 윤석렬 나이로 12살, 제법 묵직한 세월을 살았지. 사람 나이로는 일흔두 살쯤이라 하니 우리 보스보다도 어른인 거지.
우리 집엔 나의 보스와 그녀의 아들이 있어. 보스는 이것저것 챙겨주고 씻겨주고 산책도 전담하는, 나의 둘도 없는 집사야. 하지만 그녀에게 나는 책임져야 할 생명체일 뿐 사랑은 아니야. 먹을 것은 줘도 눈빛은 안 주거든. 익숙한데도 때때로 슬퍼.
그의 아들은 뭐랄까, 나를 곰인형 취급해. 붙박이로 내버려 두다가 어느 순간 폭풍 같은 사랑을 주지. 거칠고 아찔해서 어질어질하지만 그 순간이 너무 좋아. 그래서 그의 곁을 맴돌아. 네 개의 다리를 붙잡고 공중그네를 태워주면 별이 수 십 개가 날아다녀, 황홀해져.
그리고 보스가 여행을 가거나 집에 행사가 있을 때 만나는 누나와 매형이 있는데, 진심을 다해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지. 매일 내 사진을 보내달라 애걸하는 누나에게 인스타 애견인이라고 보스는 비웃지만 그만큼 나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고 생각하니 고맙고 눈물 나. 누나는 진실로 나를 사랑해.
매형 존박은 나에게 듬직한 사랑을 줘. 만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보스의 구원투수로 나를 케어하면서 많이 친해졌지. 원래 강아지를 키웠던 사람이라 셈세하게 나를 지켜봐 주는 거 같아.
아, 내 이름을 빼먹었군.
나는 오백이야, 원래 이름은 제팡이었는데 이번에 오백이가 됐어. 이사를 가려다, 집주인들이 강아지 양육은 안된다는 바람에 계약금을 돌려주고 살던 집에 눌러앉게 되었거든. 그때 물어 준 계약금이 오백만 원이었다나 뭐라나. 이사 무산의 책임이 올곧이 내게로 와 이름까지 불명예스러운 오백이가 되었어. 예전엔 일상톤의 제팡아~,였는데 요즘은 끝이 짧아졌어. 오백이! 불릴 때마다 혼나는 느낌이라 주눅 들어. 우리 집 사람들의 언어유희가 제법 재밌는데 이건 쫌!
이 와중에 형아는 오백이 이름이 귀엽다며 자기는 오조로 작명했어. 오조 부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못 말리는 우리 식구들, 쳐다보고 있으면 얼마나 어설픈지 ㅎㅎ
이들과 사는 내 이야기 궁금하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