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본명 김병연은 자신이 조부를 욕되게 하였다는 이유로 스스로 세상을 버리고 평생을 유랑하며 살았으나 시를 잘 지어 이름을 남겼다.
떠돌다 하루는 개성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해가 저물어 윤동춘이라는 다소 면식이 있던 집을 찾아 갔는데 저녁 때가 되어 그집 며느리가 윤동춘에게 “인양차팔(人良且八, 식구食具의 파자이다. 밥을 차릴까요라는 뜻)하오리까?”라고 물었다. 며느리의 질문에 시아버지 윤동춘은 “월월산산(月月山山, 붕출朋出의 파자. 친구가 가거든이란 뜻)”이라고 답하였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김삿갓은 “정구죽요(丁口竹夭, 가소可笑의 파자. 가소롭구나의 뜻)이니 견자화중(犬者禾重, 저종猪種의 파자. 돼지 같은 종자로다라는 뜻)이로구나”하며 문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시를 지어 남겼다.
고을 이름이 개성인데 왜 문을 닫나 邑號開城何閉門읍호개성하폐문
산 이름이 송악인데 어찌 땔나무가 없으랴. 山名松嶽豈無薪산명송악개무신
황혼에 나그네 쫓는 일이 사람 도리 아니니 黃昏逐客非人事황혼축객비인사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 혼자 진시황일세 禮義東方子獨秦예의동방자독진
- “개성 사람이 나그네를 내쫓다(開城人逐客詩개성인축객시)”, 김삿갓
박근혜 정권이 개성공단의 문을 닫았다. 김삿갓은 개성 사람이 박대하여 내쫓은 것이지만, 박근혜 정권은 스스로 문을 닫고 나왔다. 북한도 개성폐쇄로 화답하였다. 이름이 개성인데 왜 문을 닫냐는 김삿갓의 비웃음이 여전하다. 누가 진시황인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