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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Feb 17. 2016

활용 한국사 13 - “율곡 이이의 과로사”

아홉 번의 과거시험을 치르는 동안 모두 장원급제를 하였다고 해서 구도장원공이라는 별칭을 지닌 율곡 이이는 쉰도 넘기지 못한 49세에 죽었다.       


이조 판서 이이가 졸하였다. 이이는 병조판서로 있을 때부터 과로로 인하여 병이 생겼는데, 이때에 이르러 병세가 악화되었으므로 상(선조)이 의원을 보내 치료하게 하였다. 이때 서익이 순무어사로 관북에 가게 되었는데, 상이 이이에게 찾아가 변방에 관한 일을 묻게 하였다. 자제들은 병이 현재 조금 차도가 있으나 몸을 수고롭게 해서는 안 되니 만나지 말도록 청하였다. 그러나 이이는 말하기를 “나의 이 몸은 다만 나라를 위할 뿐이다. 설령 이 일로 인하여 병이 더 심해져도 이 역시 운명이다.”하고, 억지로 일어나 맞이하여 입으로 여섯가지 조목의 방략(方略)을 불러주었는데, 이를 다 받아 쓰자 호흡이 끊어졌다가 다시 소생하더니 하루를 넘기고 졸하였다. 향년 49세였다. - ‘이조판서 이이의 졸기’, 《선조수정실록 17년 1월 1일》     


이이는 여덟살 때 임진강 화석정(花石亭)에서 팔세부시(八歲詩)를 지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고 열세살 때 진사 초시에 장원 급제하여 세상을 놀래켰다. 스물아홉살 때 별시에 장원급제하여 드디어 출사를 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거리를 지나갈 때면 아이들까지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 지나간다고 우러러 보았다.

벼슬길에서도 동서분당 이후 숱하게 동인들의 탄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선조의 총애를 받았다. 죽던 해인 1584년에는 여진족 니탕개가 침략해오자 이를 격퇴하기 위해 병조판서로 임명되어 고심분투하다가 죽고 말았다. 그가 죽자 선조가 애통해하며 곡하는 소리가 궁궐 밖에까지 들렸다고 한다. 발인하는 날에는 횃불을 들고 보내는 사람이 수십 리에 뻗치고 동네마다 슬피 우는 소리가 진동하였다고 한다. 

그러면 무엇하냐. 고작 49살에 실록의 기록대로 과로사하고 말았다.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하여 이름을 떨치면 무엇하나 과로사로 일찍 세상을 뜨고 말았으니. 명예와 권력이 다 허망하다. 한평생 놀지를 못하고 일만하는 이들에게 “율곡 이이의 과로사”를 들려주어 지금에라도 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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