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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Feb 17. 2016

활용 한국사 16 - “허난설헌의 세가지 한”

시로 유명한 허난설헌은 평소 자신에게 세 가지 한이 있다고 말했다. 그 첫째는 중국이 아니 조선에 태어난 한, 둘째는 남자가 아닌 여자로 태어난 한, 셋째는 김성립의 아내가 된 한이다. 

허난설헌은 왜 이런 세가지 한을 품게 되었을까? 난설헌이 죽은 뒤 이백여년 뒤인 1765년 홍대용의 글을 보면 답이 나온다. 당시 홍대용은 청나라 수도인 연경에 사행으로 갔다가 청나라 선비들과 교유를 하게 되었다. 그때 만난 중국 선비들 중 반정균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와 나눈 대화 중에 허난설헌 이야기가 나온다.      


반정균이 말하기를 “조선의 난설헌은 허봉의 누이로, 시를 잘 지어 그 이름이 중국에 전하였고, 또 글이 중국 시집에 올라 만세가 지나도 썩지 않을 것이니,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홍대용가 말하기를 “덕행으로 이름을 전하지 못하고 약간의 시를 하는 이름이 썩지 아니한들 무슨 다행함이 있겠습니까? 또 이 부인의 시율이 매우 높지만 덕행이 그 시에 미치지 못한 까닭에, 그 남편 김성립의 재주와 얼굴이 뛰어나지 못함을 한하여 글을 지어 말하기를 ‘원컨대 인간 세상에서는 김성립과 이별하고, 지하에서 영원히 두목(당나라 대의 시인)를 따르리라.’하였으니,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시율의 재주로 부인의 정당한 도리를 지키지 못한 것이지요. 어찌 경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반정균이 말하기를 “이것 또한 인정이 미워하지 않은 것입니다. 가인이 재주를 만나지 못하니, 어찌 원망할 마음이 없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 『을병연행록』     


이 글에서 홍대용이 말한 난설헌의 글은 전해지는 난설헌의 글에는 없다. 조선 남자들이 지어낸 글일 가능성이 높다. 조선 양반 남자들은 “부인이 시를 깨달으면 물의를 일으킨다”며 오로지 음식을 만들어 바치고 누에치고 길쌈하는 일만 하기를 요구하였다. 문재를 타고났으나 여자라는 신분의 굴레에 얽매어 제대로 펴지를 못했으니 허난설헌이 한을 품지 않은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시대는 변하여 근대화, 현대화를 거친지 백여 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남녀차별의 벽은 높다. 여전히 “허난설헌의 세가지 한”은 풀리지 않고 있다. 여기가 헬조선으로 여겨지는 한 “조선에 태어나”고, “여자로 태어나”고, “결혼을 해야만 하”는 현대 여성들의 세가지 한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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