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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Feb 17. 2016

활용 한국사 17 - “심축홍장心逐紅粧 각첨일혼却添一魂

사람은 누구나 사랑에 빠진다. 김현식은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울고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에 웃고’라며 노래했다. 그런데 현대의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반했을 때 어떻게 표현하는가? “저기 전화번호 좀 줄래요?” “저기 나 서울대 다니는데?”  인터넷에서 보았던 방식이다. 너무 직설적이다. 내가 당신에게 반했다는 감정이 하나도 운치있게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학벌이라니. 오마이갓이다.

여기 조선시대의 한 장면을 보자. 

마음은 붉은 화장 따라 떠나고        (심축홍장거心逐紅粧去)

빈껍데기 몸만 쓸쓸히 문에 기대네    (신공독기문身空獨倚門)     

한 남자가 문에 기대 길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던 중 나귀를 타고 지나가는 한 여인을 보았다. 아름다운 모습에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즉시 시를 써서 여인에게 보냈다. 내 마음 그대에게 빼앗겨 빈 몸뚱이만 남았다며 남자의 마음을 전달하는 싯구이다. 거절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노골적인 추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저 내 마음만 전하면 될 뿐. 그 마음이 통했을까? 

그녀가 답장을 보내 왔다.     

나귀는 짐 무겁다 투덜대는데  (여진거재중驢嗔車載重)

한 사람 마음 또 얹었으니     (각첨일인혼却添一人魂)     

나귀는 등에 태운 여인도 무겁다고 연신 가뿐 숨을 몰아쉬며 무거운 걸음을 내딛는데, 여기에 또 한 사람 마음을 더 얹었다. 나귀를 걱정하는 시일까? 아니다. 연모하는 남자의 마음이 나와 함께 길을 가고 있다는 뜻이다.          

시를 외워서 활용하기에는 너무 길다. 남자의 시를 사자로 줄이면 ‘심축홍장心逐紅粧’ 여자의 대답을 줄이면 ‘각첨일혼却添一魂’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심축홍장(心逐紅粧), 마음은 붉은 화장 따라가네’이라고 써서 보내자. 남자가 마음에 들면 ‘각첨일혼(却添一魂), 한 마음 또 얹었네’라고 대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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