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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Feb 16. 2016

활용 한국사 7 - “간엄질군姦閹叱君”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에 들어가면 보좌하는 사람들에 의해 눈과 귀가 가려진 채 대통령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정보만을 듣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왜곡된 판단을 내리기가 쉽고 마치 자신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충언과 간언을 해야 하는 기관이나 사람, 그 중에서도 특히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도 오히려 대통령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역할만을 하고 있다. 이들이 제 역할을 못할 때 쓸 수 있는 고사성어가 ‘간엄질군(姦閹叱君)’이다. ‘간사한 내시(閹)가 임금(君)을 꾸짖다(叱)’라는 뜻으로 조선 연산군 때 김처선의 간언과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성어로 만든 것이다. 

    

“오늘 내가 반드시 죽을 것이다.” 

김처선은 입궐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며 나직이 읊조렸다. 가족들은 한숨을 쉬었지만 아무도 말리려 하지 않았다. 이미 작년에도 남산까지의 민가를 철거하라고 하교를 내린 연산군에게 간언을 했다가 옥에 갇히고 장 1백 대를 맞고 풀려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입궐을 한 내시 김처선은 연산군을 보자 거리낌없이 간언을 아뢰었다.      


“늙은 놈이 네 분 임금을 섬겼고, 경서와 사서를 대강 통하지마는 고금에 전하처럼 행동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연산군은 크게 화를 내며 활을 들고 김처선을 향해 화살을 당겼다. 화살이 김처선의 갈빗살에 꽂혔지만, 굴하지 않고 다시 아뢴다.     


“조정의 대신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늙은 내시가 어찌 감히 죽음을 아끼겠습니까. 다만 전하께서 오래도록 보위에 계시지 못할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연산군은 다시 활시위를 당겼다. 김처선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연산군은 김처선에게 다가가 김처선의 다리를 끊어 놓으며 말했다.      


“어디 일어나서 걸어봐라”

“전하께선 다리가 부러져도 걸어다닐 수가 있습니까?”     


극도로 화가 난 연산군은 직접 김처선의 혀를 자르고 배를 갈라 창자를 끄집어냈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린 연산군은 김처선의 시신을 호랑이에게 던져주라고 하교하고는 그 양아들 이공신도 죽이도록 하였다. 연산군의 분노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가산을 적몰하고 김처선의 가택을 못으로 만들고 칠촌까지 연좌하여 처형하고 본관인 전의도 없애 버렸다. 그리고 나라 안에서 ‘처(處)’자와 ‘선(善)’자를 이름에 쓰지 못하게 하였다.     


김처선의 간언으로도 연산군의 폭정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지만, 죽음과 멸문을  무릎 쓴 내시 김처선의 자세는 공자로부터 나라에 도가 있거나 없거나 화살처럼 곧았다는 위나라 사어도 못받은 화살을 두 대나 맞았으니 사어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아야 한다. 마땅히 현대에 간언을 해야 하는 자들이 표상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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