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영 Sep 22. 2023

글이 안 써져서 쓰는 글

한 줄도 못쓴 지가 3주는 된 것 같다. 바빴던 것도 아니다. 아니 지난 2주는 다른 날보다 오히려 한가했다. 그럼에도 글이 안 써진다. 일주일에 하나씩은 브런치에 올리자던 나와의 약속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약속을 어긴 괴로움에 글이 더 안 써지는 이 악순환... 핑계 댈 게 없어서 별 핑계를 다 댄다ㅠㅠ


그 시간 동안 친구라도 만나고 바람이라도 쐬고 올 걸 후회가 된다. 글 쓰겠다고 약속도 안 잡고 전화 통화도 삼갔다. 하루종일 불편한 맘으로 노트북을 째려본다. 째려보느라 지쳐서 졸음이 쏟아진다. 잠깐 눈을 붙인다. 죄책감을 느끼면서 힘겹게 노트북을 열면 나도 모르게 한글 창보다 인터넷 창을 먼저 클릭한다. 뉴스는 봐야 하니까! 불안한 맘을 부여안고 폭풍 검색! 쓸데없는 뉴스에 한참 동안 맘을 빼앗긴다.


화들짝 놀라서 인터넷 창을 닫는다. 아뿔싸!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됐을까? 반찬이 하나도 없는데 식구들이 들어올 시간이 다가온다. 불안에 불안을 더하면서 한숨을 토한다. 주방에 할 일이 생기니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 진다. 마음을 가다듬고 얼른 한글창을 연다. 하지만 5분도 안 돼서 갑자기 며칠 전에 사다 놓은 사태가 생각난다. 뭇국을 끓여야겠군!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국을 빨리 끓여놓고 다시 쓰기 시작해도 늦지 않아! 냉동실에서 사태를 꺼낸다. 냉장실에서 커다란 무를 꺼내다가 옆에 있던 새송이 버섯을 보고야 만다. 어! 이거 사다 놓은 지 며칠 됐는데... 양파랑 얼른 볶아버려야겠다. 아차 불고기 감도 있었지! 이것도 오래 놔두면 안 되는데ㅜ 땀 흘리며 국 끌이고 버섯 볶고 불고기 재우다 보니 어느새 식구들이 올 시간이다. 오늘도 글 쓰기는 글렀다ㅠㅠ


                                     <그림 출처 : https://pixabay.com/>





글이 안 써져서 괴롭다면서, 글이 안 써진다는 푸념글은 잘도 쓰고 있다! 이런 글 쓰고 이미지 찾는 시간에 그냥 글을 쓰면 될 것을...

작가의 이전글 출간 기념 인스타 Live 북토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