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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영 Aug 20. 2022

한 번만 안아주고 가세요!

육아는 처음이라

두 아이가 다 직장에 다닌다. 둘 다 딸이다 보니 귀가 시간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큰 애는 그다지 늦을 일이 없는데, 둘째는 요즘 회사가 상장을 앞두고 있어서 일이 많다며 허구한 날 늦는다. 어떻게든 막차는 놓치지 말자고 그리 노래를 불러도 코 앞에서 지하철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 밤 11시가 넘어가면 온 신경이 시곗바늘에 가 있어서 하던 일도 집중이 안된다.


"엄마 제발! 내가 알아서 갈게~ 걱정하지 말고 그냥 일찍 주무셔~" 일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막차 시간을 자꾸 놓치는 아이에게 지금쯤 출발해야 막차를 탈 수 있다고 연거푸 카톡을 날리는 내게 둘째의 짜증 섞인 답이 돌아온다. 갑자기 열이 확 오른다! 어렸을 땐 그렇게도 안 떨어지려고 난리 더니....




맞벌이 부부였지만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었다. 아주 일찍부터 놀이방으로 어린이집으로 맡겨져야 했다. 큰 아이는 뭐든 설명해주면 대체로 수긍하고 잘 따랐다. 물론 요즘도 그렇다는 건 아니다. 놀이방에 도착하면 떠나는 엄마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줄 정도로 쿨했다. 난 아이들은 다 그러는 줄 알았다! 둘째를 놀이방에 보내기 전까지는! 둘째는... 정말 힘들었다. 놀이방에 갈 때도, 좀 더 커서 어린이집에 갈 때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그런 아이를 떼어놓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항상 무겁고 가슴 아팠다.


둘째는 폐렴에 걸려 입원한 적이 있다. 겨우 4개월이 막 지났을 때다. 이미 기어 다니기 시작했던 터라 잠시도 가만있지 않아 머리에 꽂은 링거가 빠질까 봐 입원기간 내내 24시간을 안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돌아오니 아이가 한시도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후유증이 컸던지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일을 해야 했고 아이를 맡겨야 했지만 아무리 설명하고 달래도 막무가내였다. 어린이집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일은 5살, 6살이 지나도 계속되었다.


5살쯤이었던가? 어느 날 아침이었다. 그날도 역시 어린이집 현관 앞에서 아이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엄마 바로 옆에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들어 가. 저기 봐! 친구들도 재밌게 놀고 있잖아." 한참을 달래자 아이는 마지못해 손을 놓고 한 걸음 걷는 듯하더니 다시 뒤돌아섰다. 그리고 아주 애달픈 얼굴로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그럼 한 번만 안아주고 가세요!"

그런 처연한 눈빛으로 그렇게 울먹이면서 양팔을 내미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가슴이 미어졌다. 아이를 안아 올려 한동안 볼을 부비고는 눈물을 머금고 아이를 들여보냈다. 아이의 표정이 자꾸 눈에 밟혀서 돌아서는 발걸음이 내내 무거웠다. 혹시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건 아닐까?

출처 : https://pixabay.com/ko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한참을 서성이다가 둘째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 어떻게 하고 있어요? 오늘따라 너무 심하게 안 떨어지려고 해서... 지금 울고 있지는 않나요?" "아뇨? 지영이, 지금 친구들이랑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데요?" "아, 다행이네요!" 하면서 전화는 끊었지만... 정말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은근히 배신감이 들었다. 한편으론 어이없어 웃음도 나고. 요 녀석 봐라! 깜빡 속았어!!!


웃기는 건 그 후로도 아이는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한결같이 "엄마, 한 번만 안아주고 가세요!" 하면서 애절하게 나를 쳐다본다는 거다. 그러고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놀걸 알면서도 나는 아이를 꼬옥 안아준 다음 들여보냈다. 가슴 미어지게 하지 않는 게 어디냐 하면서.


그러고 보니 지금도 어릴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출근할 땐 온갖 살가운 인사를 요란하게도 하면서 막상 회사에 가면 집이랑 엄마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일에만 몰두한다. 막차 시간을 놓칠 만큼. 신나게 일하는 건 좋다만 녀석아! 제발 건강이랑 막차는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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