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만토바 공작 VS 나쁜 남자 돈 조반니
만토바 공작 _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오페라는 무도회로 시작한다. 역시나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은 사랑에 빠진 여인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녀는 매주 교회에 나오고, 심지어 그녀가 사는 집도 알아냈다. 하지만 그 집엔 항상 찾아오는 남자가 있었다.
“여자들의 매력은 우리의 기쁜 삶을 위한 신의 선물이지.
오늘 한 여자가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면, 내일은 다른 여자가 그렇게 하겠지.”
- 만토바 공작 테마, '이 여자도 저 여자도(Questa o quella)' 중
하지만 그 여인에 대한 생각도 잠시. 만토바 공작은 무도회에 참여한 체프라노 백작 부인에 빠진다. '금사빠'계의 T.O.P다. 체프라노 백작 부인은 남편까지 있음에도 만토바 공작은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만토바 공작의 광대 리골레토는 한심한 남편들을 놀리며 쫓아낸다.
그러던 중 가만히 생각하던 리골레토는 만토바 공작이 자신의 딸마저 놀이의 대상으로 삼을까 봐 두려워한다. 그렇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리골레토의 딸 질다도 만토바 공작과 사랑에 빠진다. 리골레토의 고민은 깊어져 간다.
불안함이 극에 달한 리골레토는 난봉꾼 만토바 공작을 죽이고자 청부살인을 의뢰하려고 한다. 이 와중에 만토바 공작은 청부살인업자의 여동생 마달레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마달레나는 오빠에게 만토바를 죽이지 말라고 부탁한다. 마음이 약해진 청부살인업자는 (응?) 고민 끝에 이 방에 처음 들어오는 손님을 죽이고, 만토바 공작의 시체를 갈음하기로 한다. 이 내용을 몰래 들은 질다는 만토바 공작을 대신해 죽기로 결심한다. (에~?) 심지어 만토바 공작과 마달레나의 관계를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 언니 왜 이래~) 결국 사랑에 목숨을 건 질다는 그 문을 열고 만다.
돈 조반니_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세계적인 바람둥이 돈 조반니는 봉건귀족이다. 수려한 외모와 다방면의 지식 등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 만큼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유명인사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까지 갖춘 인싸 중의 인싸다.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가며 애인을 만들자.
아! 내일 저녁이면 내 장부에는 열 명 이상의 많은 여자들의 이름이 추가되겠군.”
-돈 조반니 테마, '샴페인의 노래(Finch'han dal vino)' 중
그러나 그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닥치는 대로 여자들을 희롱한 난봉꾼이다. 돈 조반니에게 여인은 그저 정복의 대상이다. 돈 조반니의 악행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희롱한 여인들만 이탈리아 640명, 독일 231명, 프랑스 100명, 터키 91명, 스페인 1,003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걸 어떻게 아느냐고? 돈 조반니에게는 황금폰, 아니 황금수첩이 있다. 그의 충실한 하인 레포렐로가 명부를 만들어 관리한다. (쓸데없이 체계적임) 그 수첩에 적힌 수가 무려 2,065명! 하루 한 명씩만 따져도 5년 반이 넘는 시간이다. 오페라에서는 그가 저지른 악행 중 극히 일부 사례만 제시된다.
게다가 돈 조반니의 악행에는 여자 문제로 인한 1건의 살인까지 포함되어 있다. 한 여인을 겁탈하려다 실패하고, 그 모습을 본 그녀의 아버지 기사장과 결투를 하다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다. 그 와중에 돈 조반니는 또 다른 여자와의 문제에 얽힌다.
돈 조반니에게 살해당한 기사장이 돈 조반니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야기는 결말로 향한다. (두둥. 장르의 전환) 돈 조반니가 호기롭게 죽은 기사장의 석상 앞에서 오늘 저녁 식사에 초대하겠다며 망언을 한 탓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기사장이 저녁식사자리에 등장하고, 돈 조반니에게 모든 죄를 회개할 것을 명한다. 하지만 돈 조반니는 거부한다. (패기 보소~)
석상 曰 "회개하라. 이 마지막 순간에 그대의 운명을 바꾸라."
돈 조반니 曰 "아니, 절대로, 나는 회개하지 않으리라. 나를 내버려다오."
꽤 긴 실랑이가 이어지며 기사장은 회개의 기회를 주지만 돈 조반니는 끝끝내 돌이키지 않으며 자존심과 고집의 나쁜 예를 보여준다. 결국 기사장은 자신 역시 돈 조반니를 초대해 대접하기로 한다. 바로 지옥에서. (우르릉 쾅쾅) 그렇게 돈 조반니는 뜨거운 불지옥으로 떨어지며 막을 내린다. 이렇게 악인은 이승에서 죗값을 치른다. 그리고 저승은 저세상을 뒤흔들어놓을 또 다른 카사노바를 맞이한다.
글쓴이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들리는 소리에 귀기울이는걸 좋아한다. 주말엔 보통 나이든 고양이와 함께 음악을 듣는다. 전세계 작곡가 묘지 찾아다니는걸 좋아한다. 음악 편식이 심하다. 모차르트를 가장 좋아한다. 장례식에는 꼭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틀어달라고 말하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