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 수부지에게 추천하는 모이스처라이저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저도 당신을 생각해요.
비 오는 날… 좋아하세요? 맑은 날에 잠깐 내리는 여우비, 촉촉한 보슬비,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소나기, 그리고 땅이 마를 틈도 없이 쏟아지는 장맛비까지. 축축하고 더운 날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비 오는 날의 풍경은 우리의 감성을 돋게 만들죠. 가끔 비가 반가운 날들도 있어요. 이상하게 약속도 취소하고 집에서 쉬고 싶은 날 대차게 비가 쏟아져 핑곗거리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연차를 낸 날에 하늘에 구멍이 난 듯이 비가 오면 묘하게 통쾌하기도 하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면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 뚫리는 것 같을 때도 있고요. 소록소록 비가 내리는 날은 매일 마시던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해요.
바야흐로 ‘물멍’의 계절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는 이 시즌에는 굳이 물가를 찾아가지 않아도 물멍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창가에 앉아 촉촉한 여름 풍경을 마음껏 느낄 수 있으니까요. '불멍'이 아늑함과 진지함을 선사한다면 '물멍'은 쾌청함을 선사합니다. 공자님 왈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라고 하셨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물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해요.
오늘의 오스트는 물의 기운으로 가득한 교향곡들이에요. 첫 곡은 브람스의 역작이었던 교향곡 1번의 2악장입니다. 안단테 소스테누토(느리고 음을 끄는 듯한)로 연주되는 아름다운 선율이 마음의 파도를 일렁이게 합니다. 잔잔하면서도 강한 음들이 만조를 이루었던 당신의 상념을 썰물처럼 쓸어갈 거예요. 이어지는 곡은 드보르작 교향곡 8번 3악장입니다. 특유의 멜랑꼴리함이 감도는 이 곡은 빗소리와 함께 당신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십니다. 마지막 곡은 말러 교향곡 9번의 1악장과 4악장입니다. 말러의 마지막 교향곡이어서 그런 것일까요? 특별히 이 9번 교향곡은 지난 시간을 회고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 흐르는 빗물에 나쁜 기억은 모두 흘려보내고,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이 비는 곧 그칠 거예요. 비가 그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땅은 마르고 더 단단해져 있을 겁니다. 아직 남아있을지 모를 옅은 우울감은 우산에 남겨진 빗물과 함께 탁탁 털어내세요. 당신에겐 맑은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PLAY LIST
브람스 - 교향곡 1번 2악장 (지휘: 최희준, 연주: 코리안심포니)
드보르작 - 교향곡 8번 3악장 (지휘: 최희준, 연주: 코리안심포니)
말러 - 교향곡 9번 1악장 (지휘: 임헌정, 연주: 코리안심포니)
말러 - 교향곡 9번 4악장 (지휘: 임헌정, 연주: 코리안심포니)
글쓴이 오스트
모국어는 서양음악. 출신지는 서울.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음악 프로세서입니다.
모든 음악을 평등하게 처리하지만 그래도 서양음악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끔 서양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고장이 나면 테크노로 자가치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