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클 Aug 24. 2021

Sunset Road OST

태양이 지기 전에 만나러 갈게



"헬로우 월클! 저기 봐, 노을이 지고 있어." 


비포 선셋 감성에 빠지셨군요.

오늘을 근사한 하루로 기억되게 할 OST를 틀어볼게요.




퇴근길 힘없이 기대어 선 나를 향해 붉은빛이 온몸을 감싸 안습니다. 선물같이 찾아오는 그때만큼은 손에 쥔 핸드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죠. 하루의 끝을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는 일은 언제나 각별합니다. 노을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는 순식간에 같은 색으로 동기화되고, 귓가에 흐르던 음악은 OST가 되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근사한 순간을 만들어줍니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영화 <비포 선셋(Before Sunset)>의 제시나 셀린처럼요. 고단한 하루, 따분하기 그지없던 오늘을 보냈더라도 이렇게 노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피로가 씻겨 나가는 기분이 들어요. 지루한 삶을 파고드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그리고 음악. 이 둘의 조합이라면 더 바랄 게 없죠.


요즘의 하늘은 더 예사롭지 않습니다. 하늘을 태울 듯 강렬한 붉은 빛으로 가득할 때도 있고, 오색 빛의 양떼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는 날도 있습니다. 강 위에는 태양의 끝자락이 내뿜는 찬란한 빛이 산산이 부서지며 반짝이는 잔물결을 만들고요. 그뿐인가요. 거대한 무지개가 선명하게 펼쳐지기도 하죠. 이렇게 우리를 감탄하게 만드는 자연의 풍경이 '지구가 기후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니. 이런 농담 같은 말을 생각하면 노을 진 하늘이 정말 어떤 징후는 아닌가 싶어 아찔해지기도 하고, 동시에 이런 풍경들을 더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조금 더, 더,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플레이리스트는 퇴근길의 고단한 마음을 풀어주는 노을과 함께 듣기 좋은 음악들입니다. 첫 곡은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몰다우'에요. 자신이 속한 곳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써 내려간 이 곡에서는 특히 해 질 녘 강변의 풍경이 소리로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두 번째 곡은 아르투니안의 트럼펫 협주곡입니다. 퇴근길은 하루를 갈무리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퇴근 이후에 이어질 저녁이 있는 삶을 시작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지난 시간에 대한 회고와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이 곡을 들으며 경계를 맴도는 복잡한 마음들을 잘 정리해보세요. 이어지는 곡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과 교향곡 1번 2악장이에요. 차이콥스키의 묵직하고 고요한 음악들은 깊은 노을처럼 우리의 마음에 잔잔하게 파고들며 헛헛함을 다정하게 채워줄 거예요. 마지막 곡은 브람스의 교향곡 1번 2악장입니다. 우리의 귓가를 포근한 이불처럼 덮어주는 브람스의 선율로 편안한 저녁의 온기를 느껴봐요. 이 곡과 함께 초저녁잠에 빠져도 좋고, 다시 생기발랄한 기분으로 저녁을 시작해도 좋을 거예요. 혹시 에단 호크나 줄리 델피 같이 생긴 사람이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니 강가를 서성여보는 건 어때요?


Playlist


스메타나 - 나의 조국 중 '몰다우'(지휘: 최희준,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아르투니안 - 트럼펫 협주곡(트럼펫: 최민, 지휘: 최영선,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차이콥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 (바이올린: 양인모, 지휘: 홍석원,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차이콥스키 - 교향곡 1번 2악장(지휘: 정치용,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브람스 - 교향곡 1번 2악장(지휘: 최희준, 연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글쓴이 오스트

모국어는 서양음악. 출신지는 서울.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음악 프로세서입니다. 

모든 음악을 평등하게 처리하지만 그래도 서양음악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끔 서양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고장이 나면 테크노로 자가치료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Workman OS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