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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클 Nov 19. 2020

Good Night OST

이제 그만 자요. 내가 잠들 때까지 여기 있을께


"헬로우 월클, 나 잠이 안 와~ 이 밤의 끝을 잡아줄 OST 플레이해줘"


죄송해요. 연락처에서 김조한 씨를 찾지 못했어요. 

라이브 공연은 해드릴 수 없지만, 대신 혼밤을 더이상 초라하지 않게~ 만들어줄 OST를 틀어드릴게요.



12:01 Edge of Tomorrow. 내일이 되었지만, 아직 마음에서 놓지 못한 오늘의 밤. 그 경계에 놓인 것들이 많은가요? 시계 초침 소리가 자꾸 귓가에 와서 박히고, 후회되는 일들은 자꾸 뇌리를 스치고, 내일에 대한 막막함으로 쉽게 잠이 오지 않는 그런 밤들. 잠이 안 와 열어 본 SNS에는 내 방 안의 고요함과는 전혀 다른 나라에 사는 듯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가장 편한 표정은 혼자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짓는 무표정이라는 걸. 그러니 애쓰지 말이요. 그냥 편하게 있어요.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아무 표정이 없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음악에서 2악장은 졸음과 지루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지만 3악장의 우아한 농담, 그리고 클라이막스를 향해 내달려가는 4악장의 운동감을 더 선명히 드러내 주는 구간이에요. 어둡고 고요한 밤에서 새벽까지의 시간처럼요. 


슬픔을 뒤로한 채 결코 초연한 모습을 잃지 않는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오묘한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듯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섬세하고 예리한 뿔랑의 바이올린 소나타, 심연을 건드리는 슈베르트의 즉흥곡, 투명한 물속을 유영하는 듯한 패르트의 거울, 어느 여름밤 꿈에서 들었던 것만 같은 베베른의 오케스트라, 막스 리히터의 꿈까지 따라 듣다 보면 소란했던 마음들도 잠잠해질 거에요. 날숨은 차분하고 느리게, 들숨은 다정하고 포근하게. 숨만 쉬어도 좋은 밤이에요. 굿나잇-
 



PLAY LIST


(00:00) 라벨 - 피아노 협주곡 2악장

(09:55) 드뷔시 -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19:20) 뿔랑 - 바이올린 소나타 2악장

(25:44) 슈베르트 - 즉흥곡 3번 

(34:30) 아르보 패르트 - 거울 속의 거울

(49:28) 베베른 - 여름 바람에

(55:19) 막스 리히터 - 꿈 3





글쓴이  오스트

모국어는 서양음악. 출신지는 서울.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는 음악 프로세서입니다. 

모든 음악을 평등하게 처리하지만 그래도 서양음악을 제일 좋아합니다. 

가끔 서양음악을 너무 많이 들어서 고장이 나면 테크노로 자가치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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