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오시는 많은 분들이 알레르기검사를 했다고 들고 오시는 결과지가 'MAST' 결과지입니다. MAST는 multiple allergen simultaneous test(다중 알레르기 항원 검사)의 약자로 혈액을 뽑아 시행하는 알레르기 검사입니다. 채혈 한 번으로 다양한 항원에 대한 알레르기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라 그런지 요즘은 알레르기를 전문적으로 진료하지 않는 개인병원에서도 흔히 하고 심지어 건강검진에 포함해서 시행하는 병원도 많아졌습니다. 과연 그럴만한 검사일까요? MAST의 장점은 검사가 편리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장점에 비해 단점이 치명적인 느낌이네요.
검사의 정확도를 따질 때 사용하는 통계학적인 수치가 있습니다. 민감도와 특이도입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민감도는 '병이 있는 사람을 잡아내는 능력'이고, 특이도는 '정상인 사람을 병이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 능력'입니다. 국내 알레르기내과 교과서에서는 MAST를 특이도는 높지만 민감도는 다소 낮은 검사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집먼지진드기 같은 실내항원의 민감도는 우수한 편이나 꽃가루나 식품 항원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서 해석 시 주의를 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 다른 자료들(논문, 해외 교과서 등)을 추가로 찾아본 결과, 전체 항원을 고려했을 때 MAST의 민감도, 특이도는 대략 65% 내외로 보고되고 있었습니다. 병이 있는 사람 중에 65%만 실제로 잡아내고, 정상인 사람의 65% 정도만 실제 정상이라고 판단한다면, 글쎄요, 미안한 이야기지만 좋은 검사라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조금 더 심한 표현을 썼다가 지웠습니다).
따라서 MAST를 맹신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식품 항목에 대해서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식품 알레르기에 관심이 있지만 실제 MAST가 식품 항원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MAST에서 우유가 나와서 우유를 안 먹거나 새우가 나와서 새우를 안 먹고 있다며 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성인의 경우 실제 우유나 새우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미 검사를 하기 전부터 본인 스스로 알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그동안 우유나 새우를 많이 먹었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평생 식품 알레르기가 없이 살았는데 MAST에서는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고 나왔다면?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합니다. 그 음식을 먹고도 실제로 느끼는 증상이 없다면 먹어도 됩니다. 그저 검사가 정확하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특히 소아의 경우 MAST만 믿고 음식을 제한할 경우 중요 영양소 공급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른 알레르기 검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알레르기검사인 skin prick test(피부 반응 검사)는 등이나 팔의 피부에 작은 바늘을 이용해 알레르기 항원 물질을 반응시켜 보는 검사입니다. 검사하는 항원 개수도 많고(보통 50종 이상) 정확도도 높기 때문에 이상적인 검사지만 MAST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통증도 있는 편이며(얇은 바늘로 여러 번 피부를 긁기 때문에) 검사자의 숙련도가 필요하여 보통은 대학병원급에서만 시행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알레르기 항원의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알레르기검사는 항원의 개수가 많을수록 유리합니다. 보통의 MAST는 108종, 적게는 60여 종이므로 개수도 많은 편에 속하고 채혈만 하면 되기 때문에 쉽습니다. 알레르기검사로는 좋아 보이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정확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환자를 생각한다면 ImmunoCAP이라는 검사가 최선입니다. ImmunoCAP은 MAST에 있는 여러 항원들을 정확하게 한 가지씩 정밀 검사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skin prick test만큼이나 정확하고 채혈만 하면 되니 편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은 한 번 검사할 때 개수의 제한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검사 가능한 개수가 6개, 특별한 경우에도 12개가 최대입니다. 알고 싶은 알레르기 개수는 많은데 고작 6개라니, 너무 야박합니다. 개수의 제한은 시스템의 문제라서 방법이 없습니다. 궁금하면 여러 번 검사하는 수밖에 없죠. 그리고 만약 개수의 제한이 없다고 해도 MAST처럼 한 번에 수십 개씩 검사하려면 비용이 많아지기 때문에 경제적이지 않습니다. 정확한 만큼 제한적이고 비싸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여담이지만 나라에서는 '좋은 검사'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의료진 입장에서 급여가 되고 개수 제한도 없으면 좋겠다 싶은 검사들은 예외 없이 제한이 걸려있습니다. 결국 돈 때문입니다. 나라의 재정이 부족하거든요. 지금 이야기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 넘어가겠습니다.
저도 MAST를 하긴 합니다. 대략적인 경향성을 볼 때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MAST 시행 후에 올바른 해석을 해주거나 추가검사를 해야 합니다. 올바른 해석이란 MAST에서 나온 어떤 항원이 의미가 있고 어떤 항원은 의미가 없는지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입니다. 실제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환자의 질환에 맞추어 해석을 해야 합니다. 'A가 나왔으니 A를 피하세요', 'B가 나왔으니 B를 먹지 마세요' 같은 일률적인 해석은 문제가 됩니다. 현실적으로는 MAST를 선별검사(screening) 개념으로 시행하고(가능하다면 skin prick test를 시행하면 더 좋겠지만) 중요한 부분에 대해 ImmunoCAP을 추가로 검사하는 것이 가장 좋아 보입니다.
채혈 한 번으로 내 알레르기 상태를 완벽히 알아낼 수 있는 검사는 세상에 없습니다. 생각보다 알레르기를 찾는 일은 귀찮고, 시간이 걸리고, 답답한 일입니다. MAST만 믿고 괜한 고생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