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낫는 병

by 강상록

원래 예약보다 3개월 정도 늦게 내원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보통은 예약에 늦게 와서 약이 떨어지면 증상이 나빠지기 마련인데 환자의 표정은 좋았습니다.

"요즘 약을 안 먹는데 증상이 없어요. 갑자기 좋아졌네요." 환자가 말했습니다.

"혹시 퇴사하셨나요?" 제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퇴사하면 낫는 병이 있다?!

두드러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드러기는 피부에 발생하는 팽진(wheal)과 홍반(erythema)을 주증상으로 하는 질환입니다. 팽진은 모기 물린 것처럼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모양을 말하고 홍반은 피부색이 붉게 변하는 양상을 말합니다. 아래는 저의 등에 실제 발생한 두드러기를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긁은 모양대로 팽진 발생 + 주변부에 홍반 동반


그런데 퇴사하면 낫는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두드러기 중 환자를 가장 괴롭히는 종류는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chronic spontaneous urticaria, CSU)'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래 지속되는(만성) 두드러기 중, 외부의 원인이 없는(자발성) 두드러기를 말합니다. 아무 때나 올라오고 언제 치료를 마칠지 알 수 없는 질환입니다. 이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이제부터는 줄여서 CSU라고 하겠습니다)는 보통 컨디션 저하, 면역력 저하가 있는 상황에서 잘 생깁니다. 예를 들어 입원 및 수술, 과도한 음주, 수면 부족, 스트레스, 체온 상승이 있을 때 잘 생기며 때에 따라 감기나 장염 같은 가벼운 질환만 있어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이러한 CSU의 특성을 알고 컨디션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면 치료와는 별개로 전체적인 상태가 좋아지곤 합니다. '컨디션이 좋아지는 일'에 퇴사만 한 방법이 또 있을까요?


여름에 심한 두드러기

두드러기는 여름에 심해지는 질환입니다. 곧 다가오는 여름을 대비하여 2~3주 간 두드러기를 주제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두드러기의 원인부터, 두드러기의 종류, 두드러기의 치료와 예후까지 대부분의 내용을 다루려고 합니다. 앞서 말한 CSU에 대해서도 더 자세하게 풀어보겠습니다.


결론

역시 퇴사야말로 만병통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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