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기를 분류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교과서에서 흔히 하는 재미없고 복잡한 분류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저만 알면 되는 내용이고 환자에게 조금 더 와닿는 실질적인 분류를 해보겠습니다.
본격적인 분류를 하기 전에 한 가지를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증상'과 '질병'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콧물'을 증상이라 하고 콧물을 일으키는 '비염'을 질병이라고 합니다. 비슷하게 '기침'은 증상이고 '기관지염'은 질병입니다. '설사'는 증상, '장염'은 질병이죠. 두드러기는 증상이기도 하지만 질병이기도 합니다. 보통은 여기서부터 환자와 의사 사이에 오해가 생깁니다.
1. 증상으로서의 두드러기
명확한 원인이 있고 그것에 대한 일시적인 '증상'으로만 두드러기가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환자가 이미 의심을 하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젯밤에 감기약(혹은 치과약)을 먹고 20분쯤 있다가 갑자기 두드러기가 올라왔어요."
"새우를 생으로 먹었더니 갑자기 두드러기가 생겼습니다."
이런 경우는 약물과 식품이라는 확실한 알레르기 항원에 노출된 후 알레르기의 한 증상으로서 두드러기가 생긴 경우입니다. 보통 성인에서는 약물 알레르기를 모르고 지냈을 수는 있지만 식품 알레르기를 모르다가 알게 되는 경우는 드물기는 합니다. 그래도 새롭게 식품 알레르기가 생기는 경우도 있으니 무조건 배제할 수는 없죠. 경험상 약물과 식품 외에 다른 항원은 확실히 찾기가 어렵습니다. 교과서에서도 약물과 식품 외에는 '벌레물림, 특정 식품, 흡입 알레르겐과의 피부접촉이 급성 두드러기를 유발할 수 있다.'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증상으로서의 두드러기는 공식적으로는 없는 표현입니다. 그저 증상이 두드러기일 뿐 더 중요한 것은 원인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하시도록 제가 만들어낸 표현입니다. 그래서 증상으로서의 두드러기를 호소하며 내원하는 분들의 실제 진단명은 '약물 알레르기', '식품 알레르기'가 됩니다.
2. 원인 불명의 급성 두드러기
지금부터는 질병으로서의 두드러기입니다. 기간으로 급성 두드러기와 만성 두드러기를 먼저 구분합니다. 6주를 기준으로 급성과 만성을 나누는데, 급성의 경우 환자는 평소에 없던 두드러기가 갑자기 올라오면서 내원합니다. 이런 경우에 명확한 원인 항원이 의심된다면 앞에서 이야기한 증상으로서의 두드러기와 같은 이야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꽤 많은 경우에 급성 두드러기는 원인이 없습니다. 보통은 면역상태가 급격히 변하는 경우에 잘 생깁니다. 몸이 갑자기 아플 때(가벼운 감기부터 입원이 필요한 질병, 수술 후), 컨디션 저하(특히 수면부족), 스트레스, 과음, 급격한 체온 상승 등이 유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들을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유발 요인조차 없어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3.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와 만성 유발성 두드러기
만성으로 확인된 6주 이상의 두드러기는 자발성과 유발성으로 나눕니다. 자발성이 80%, 유발성이 20% 정도이고 자발성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유발성은 말 그대로 유발 요인이 있는 두드러기입니다. 피부묘기증, 콜린성, 한랭, 지연압박, 열접촉, 수인, 일광, 진동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발성 역시 두드러기가 생기는 상황은 알고 있으나 '왜' 그런 두드러기가 생기는지 근본적인 원인은 모릅니다. 만성의 경우 더 이상 '왜'에 집착하면 안 됩니다. '왜'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만성 두드러기에 대해서는 다시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두드러기는 원인이 꼭 있을 것처럼, 어떤 병보다도 알레르기스럽게(?) 생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분류를 잘하면 병이 보입니다!
#본 차수가 지난주에 브런치북으로 발행되지 않아 재업로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