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기 환자 중에는 피부 치료를 잘한다는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를 비롯하여 한의원까지 전전하다가 결국은 알레르기내과에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공통된 고민은 '두드러기의 원인'입니다.
"그동안 갔던 병원에서 원인을 못 찾는다고 합니다. 몇 달째 고생 중이에요. 제 병의 원인 좀 찾아주세요."
두드러기는 모양 자체가 원인이 반드시 있을 것처럼 생겼습니다. 온몸에 모기에 물린 듯한 붉은 병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가려워서 여기저기 긁고 있으면 무언가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처럼 느껴집니다. 방금 먹은 음식 때문인가? 얼마 전에 새로 산 옷이 문제인가? 화장품? 목걸이? 새집에 이사 와서? 여러 상황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실제로 노출을 피해 보기도 하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우리를 오래도록 괴롭히면서도 원인은 없어서 병원을 돌아다니게 만드는, 이 모든 이야기의 주범은 바로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입니다. 이전에 설명드렸던 다른 두드러기는 우리를 이렇게까지 고생시키지 않습니다. '증상으로서의 두드러기', 즉 알레르기 반응의 결과로 생기는 두드러기는 원인이 명확합니다(주로 약물, 식품). 원인을 피하면 해결됩니다. '원인 불명의 급성 두드러기'는 원인이 없어도 치료 후 금방 좋아지는 '급성'이기 때문에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성 유발성 두드러기'는 유발요인을 피하면 대부분 해결됩니다(유발 요인을 피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만이 원인을 찾기도 어렵고 오래도록 우리를 괴롭힙니다.
다시 한번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는 외부의 원인과 유발 인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발병기전에 대해 여러 이론만 있을 뿐 확실하게 확립된 것은 없습니다. 이론들마저도 모두 우리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것이고 새로운 개념들이 밝혀진다 해도 그것이 외부의 특정 원인은 아닐 것입니다. 몇몇 자가항체, 비만세포, 호염기구 등이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의 발병기전에 관련된 물질이나 의사와 연구자에게나 중요한 내용입니다. '정확히 알 수 없는 몸의 면역이상으로 생긴다' 정도로만 이해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원인이 없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면 치료를 잘 받으시면 됩니다. 다만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의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는 아닙니다. 기간을 정해 놓고 약을 써서 완치를 하는 것이 아니고 꾸준히 증상을 조절하는 개념입니다.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면 치료를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이럴 때는 두드러기를 비에 비유하여 설명하곤 합니다. 어느 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상청에서는 이 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날부터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지냅니다. 불편하긴 하지만, 뭐 원래 그러니까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 날 아침부터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비는 두드러기고 우산과 우비는 치료약입니다. 언제까지 내릴지 예측을 할 수 없어도 비는 그치게 되어 있습니다. 비가 왜 오는지, 비가 언제까지 올지 모른다고 해서 우산이나 우비 없이 비를 맞으며 생활하지는 않습니다. 비는 피하면 되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면 되죠. 두드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듯, 병이 사라지길 기다리면서 두드러기를 '피하는' 치료를 하면 됩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두드러기는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상생활을 그대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두드러기 치료의 주요 목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고 해서 치료를 받지 않고 '비'를 맞을 이유가 없습니다.
만성 두드러기를 겪고 있다면 원인보다는 치료에, 또 내가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이나 생활 습관은 무엇이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치료와 환경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비가 옵니다. 우산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