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 콧물, 재채기, 눈가려움증, 눈충혈, 피부가려움증 등을 호소하는 일은 꽤나 흔한 일입니다. 이와 같은 봄철 알레르기 증상은 주로 4~5월이 심합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봄이 지나가기 전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원인을 자세히 알면 더 좋겠죠. '수목화분'이라고 부르는, 나무에서 나오는 꽃가루가 봄철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중요한 나무로는 자작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등이 있습니다. 사실 나무 종류까지는 모르셔도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알아야 하지만 환자들은 그렇게까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름만 알지 눈앞에 나무를 보여주고 구분하라고 하면 못합니다. 봄철에 알레르기가 심한 분들을 검사했을 때 나무 종류가 여럿 나오면 그중에 중요한 나무가 무엇인지, 교차항원성이 있는 나무는 서로 무엇인지 정도만 구분하면 진료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도 막상 모양을 모른다고 말하려니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내일은 진료실 뒤에 꽂혀있는 '꽃가루 알레르기 도감'이라도 펼쳐봐야겠습니다(실제로 그런 책이 있습니다. 수백 종의 알레르기 원인 식물의 사진과 특징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만드신 분을 존경합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소나무가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본인이 소나무에서 나오는 송홧가루에 심하게 반응한다고 알고 계신 분이 많지만 사실 송홧가루는 입자가 크고 알레르기 항원성이 낮아 물리적으로는 상기도에서 쉽게 걸러지고 화학적으로는 다른 꽃가루에 비해 반응을 크게 일으키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알레르기의 주범이라고 생각할만한 노랗고 연두색인 그 가루에 다들 속으신 겁니다. 색깔만 보면 생화학 무기 수준이지만 알레르기의 주범은 아닙니다. 같은 시기에 날리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다른 꽃가루들이 훨씬 문제가 됩니다.
여담으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분 중 과일, 채소를 먹을 때 입이 가렵거나 목이 붓는 등의 다소 경미한, 구강에 국한된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를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다시 다룰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꽃가루 종류가 어쩌고, 나무가 저쩌고 떠들어봐야 뭐 하겠습니까. '나는 봄에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다. 그것은 봄에 날리는 나무 꽃가루 때문이다.' 까지만 알아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치료방법이겠죠.
1. 항원 회피
항원을 회피하는 방법입니다. 봄에는 밖에 최대한 안 나가거나 환기를 장시간 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마스크를 쓰는 것도 다소 도움은 되겠습니다. 기상청에서 검색 가능한 '꽃가루 달력'이나 '꽃가루 지도'를 이용하여 내가 취약한 계절을 알고 해당 계절 중 어떤 날 야외활동을 조심해야 할지 며칠 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대기 중에 광범위하게 날아다니는 꽃가루의 특성상 100% 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2. 약물치료
회피는 한계가 있으니 약물치료를 같이 합니다. 항히스타민제,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 비강 스프레이(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항콜린제), 점안액 등을 사용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단기간 쓰거나 졸레어(Xolair)라는 주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약은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지만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봄철 비염이나 결막염에 경구 스테로이드까지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졸레어는 1회 투여 시 대게 4주 정도의 효과를 보이는, 중증 천식이나 만성 두드러기에 쓰는 주사제인데 계절성 비염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약물로 효과가 없는 분은 3월 말에 1회, 4월 말에 1회 정도 투여하면 봄철 내내 편하게 지내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약물치료는 완치 개념의 치료는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장기간 약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3. 면역치료
앞으로 자주 이야기하게 될 알레르기 질환의 중요한 치료입니다. 유일한 근본 치료 방법으로 병의 경과를 바꾸고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입니다. 경구치료 혹은 주사치료 방법이 있습니다만 꽃가루에 대해서는 주사치료만 가능합니다. 좋은 치료이지만 3~5년 간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음을 먹고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알레르기 항원을 일부러 고농도로 주사하는 치료법으로, 일상에서 노출되는 정도의 항원으로는 병이 생기지만 고농도의 항원이 주기적으로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이 생기는 원리입니다. 처음 들어보시는 생소한 치료일지 모르겠으나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4,5월에 알레르기 증상이 심한 비염, 결막염 환자들께서는 매년 3월 말에 병원에 가셔서 봄철 대비를 하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그리고 소나무를 너무 미워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