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병원에서 일하는 알레르기 환자입니다

by 강상록

알레르기 환자로 살았습니다

알레르기비염과 천식으로 시작한 알레르기 질환이 아토피피부염으로 이어져 오랫동안 저를 괴롭혔습니다. 흐르는 콧물을 닦아 내느라 코는 늘 헐어있었고 코막힘이 심해 입으로만 숨을 쉬면서 구강구조까지 변했습니다. 천식으로 밤을 새워 기침하고 가슴 통증에 괴로워했으며 아토피피부염이 심해지면서 급식을 먹지 못하고 혼자서만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알레르기내과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알레르기를 정복하겠다는 위대한 학문적인 목표를 세웠다거나 역경을 극복한 눈물 나는 서사는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알레르기내과' 의사가 되었고 알레르기 전문병원에 출근하고 있습니다.


내과에는 '분과전문의'라는 세분화된 전문의 자격이 있습니다. 3년 동안(과거에는 4년) 내과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내과전문의가 되면 몇 가지 세부 전공을 추가로 할 수 있는데 그때 알레르기 분과를 선택해서 수련을 추가로 받습니다. 이 수련기간을 전임의(펠로우)라고 하는데 최소 2년 간의 수련 기간 동안 논문, 학회 참석, 외래 진료 등 정해진 항목들을 이수하고 분과전문의 시험에 통과하면 비로소 '알레르기내과 분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알레르기내과는 무엇을 하나요?

당연하게도 알레르기내과에서는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합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알레르기천식,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두드러기 등이 있고 그중에서도 앞에 세 가지 질환은 서로 연관성이 깊고 동반해서 발생할 확률이 높은 대표 질환입니다. 그 외에 혈관부종, 접촉성 피부염, 약물 및 식품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면역결핍질환 등을 알레르기내과에서 치료합니다. 환자가 오면 먼저 증상을 듣고 주변 환경, 음식, 약물 등의 단서를 파악하여 알레르기 검사를 시행합니다. 알레르기 유무를 확인하고 나면 알레르기와 관련된 질환이 맞는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하고 장기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 대부분이므로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상담합니다.


<출처: dailymedi>


2022년까지 조사된 전체 알레르기내과 분과전문의의 수는 전국적으로 166명에 불과합니다. 3500명가량의 분과전문의가 있는 소화기내과와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죠. 최근까지도 알레르기내과 분과전문의는 해마다 10명 미만으로 배출되고 있으며, 분과가 만들어진 첫 해에 16명을 배출한 이후 한 해도 10명 이상의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2022년 이후의 공식적인 자료는 찾을 수 없었지만 3년 동안에 그리 많은 알레르기내과 분과전문의가 배출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알레르기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웬만한 도시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항상 병원이 있고, 의원급 병원에서도 각종 전문의가 날마다 환자를 직접 맞이하는 의료 초강국 대한민국에서도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속 시원히 알려주고 치료해 주는 병원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알레르기 질환이 매우 흔한데도 전문적인 진료는 어렵기 때문에 오해도 많고 잘못된 정보도 넘쳐납니다. 그래서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글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중요한 힌트를 얻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알레르기가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치료만 잘하면 예후가 좋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이 알레르기 질환인지 조차 모르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에게는 매일 보는 흔한 알레르기 질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짊어지고 온 무거운 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알레르기는 치료가 가능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사실을 알고 치료 기회를 얻으시도록, 열심히 진료하고 열심히 써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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