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를 찾는 지루한 일

by 강상록

지난번 MAST에 관한 글을 마무리하던 중 알레르기를 찾는 일이 귀찮고, 시간이 걸리고, 답답한 일이라고 했었는데요.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알레르기 찾기

많은 분들이 '만능 알레르기 검사'를 기대하고 병원에 오십니다. 검사를 하기만 하면 나에게 있는 알레르기를 모두 분석해서 "이것, 저것 조심하고 이 음식, 저 음식 먹지 마세요."라고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MAST에 대한 오해도 이와 비슷합니다. MAST를 만능 검사로 오해하는 것입니다. 죄송하고 안타깝게도 그런 알레르기 검사는 없습니다. 알레르기를 찾아주는 의사는 최첨단 스캔 기기를 가지고 우주선을 검사하는 미래의 과학자 같은 모습이 아니라 낡은 노트와 연필, 돋보기안경과 구닥다리 녹음기를 들고 다니는 탐정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알레르기가 정확히 뭔가요?

교과서에서는 '알레르기'를 무해한 외부 물질에 대해 몸의 면역 체계가 과민반응(hypersensitivity)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정의합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은 '알레르기 항원'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털은 보통 무해한 물질이지만 특정 사람에게는 알레르기 항원으로 작용하여 콧물, 재채기, 눈가려움증, 기침, 호흡곤란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에는 다양한 기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라는 단어를 쓸 때는 대부분 IgE라는 물질이 일으키는 경우를 말합니다. 경험하는 사람도 많고 검사로 찾기에도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이야기했던 MAST, skin prick test, ImmunoCAP 등의 검사가 모두 IgE가 매개하는 알레르기 반응을 찾아내는 검사입니다.


문제는 IgE 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기전이 더 있다는 사실입니다. T세포라는 세포가 관여하는 지연형 알레르기, 면역학적 반응 없이 일어나는 비면역성 과민반응 등이 있습니다. 약을 먹고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8주 후가 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나는 약물과 관련한 피부발진이 대표적으로 T세포가 관여하는 지연형 알레르기입니다. 소염진통제(NSAID) 알레르기나 물리적 자극에 의한 두드러기(피부묘기증, 한랭두드러기) 등은 비면역성 과민반응입니다. 이런 알레르기들은 검사만으로 밝혀내기는 어렵고 의사가 의심을 할 수 있어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불내성, 약물 부작용처럼 알레르기라고 오인할만한 상황들도 환자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 불내성은 알레르기가 아니고 항생제를 먹고 속이 쓰리거나 설사를 하는 것도 보통은 단순 부작용이지 알레르기는 아닙니다.


최근에는 IgG4라는 물질을 찾는 '지연성 음식 알레르기 검사'가 유행하는 것처럼 보이나 IgG4라는 물질은 아직 알레르기 매개 물질이라고 하기에는 연구가 부족합니다(지연성 음식 알레르기 검사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뤄볼 예정입니다).


자, 이처럼 알레르기라고 다 같은 알레르기가 아니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찾는 일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검사로만 찾을 수 있다면 참 편리하고 좋겠습니다만 결국 알레르기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환자의 실제 증상과 그들의 생활이 어떤지를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병원 용어로는 '임상적인 상황'을 고려한다고 말합니다).


1. 알레르기 증상이 맞는지

약하게는 눈물, 콧물, 가려움증부터 심하게는 두드러기, 혈관부종, 호흡곤란, 혈압저하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만약 항생제를 먹었는데 이런 전형적인 알레르기 증상이 없이 설사만 했다면 알레르기가 아니라 단순 부작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반복되는지

알레르기가 맞다면 항원에 노출되는 상황에서는 언제나 증상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어제 밀가루를 먹고 발진이 올라오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괜찮다면? 작년 봄에는 비염 증상이 심했는데 올봄에는 멀쩡하다면? 알레르기 외에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3. 환자의 질환을 실제로 일으키는 알레르기가 맞는지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은 두드러기인데 검사를 했더니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가 나왔습니다. 집먼지진드기는 두드러기의 직접적인 원인 항원은 아니기 때문에 나의 두드러기가 집먼지진드기 탓은 아닙니다. 알레르기가 나왔다고 해서 다 내가 겪는 질환과 관련이 있지는 않습니다. 특정 항원이 잘 일으키는 병은 따로 있습니다.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때로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합니다. 속 시원하고 명확하게 원인을 못 듣고 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오시면 저희가 참 많은 것을 물어봅니다. 대단한 검사를 할 줄 알았더니 물어보기만 한다고 불평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 증거를 찾기 위함이니 양해를 바랍니다. 증거를 찾아야 검사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환자가 생각한 알레르기 증상과 의사가 생각하는 알레르기 증상이 다를 때도 많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알레르기 같다고 생각한 증상이 사실은 알레르기와 관련이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다른 증상이 알레르기와 관련된 증상일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합니다. '이 사람이 잘 알고 진료를 하는 건가?' 같은 생각을 하시는 표정입니다.


결론

알레르기라는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나면 조금은 더 관대하고 넓은 마음으로 나의 질환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니라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지루하고 답답한 알레르기 찾기'를 제가 잘 도와드리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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