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아빠가 되었다
지금 우리 아이는 9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느낀 생각의 변화들이 휘발되는 것이 아까워, 기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얼마나 의미 있는 시도가 될지, 혹은 누군가의 공감을 얻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순수하게 나를 위해, 그리고 언젠가 우리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라 생각하며 담담하고 솔직하게 적어보려 한다.
결혼 전, 내게는 몇 가지 인생의 화두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결혼’이었고, 자연스레 따라오는 질문은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꽤 이과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결혼을 함으로써 잃어버리는 기회와 어려움이 -1이라면, 기대되는 즐거움과 행복이 +1을 넘어야 결혼할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1 + 1 = 0이라면, 결혼을 왜 해야 하지?"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생각도 비슷했다.
"아이가 생기면 감수해야 할 어려움과 희생이 -1이라면, 그로 인해 얻는 기쁨과 즐거움이 +1을 넘어야 아이를 가질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고민을 지인에게 털어놓았을 때, 들었던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건 서로 상쇄되는 개념이 아니야. 힘든 건 힘든 대로 있고, 기쁨은 기쁨대로 있는 거지."
그때는 그 말이 그저 새로운 시각 정도로만 느껴졌다.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야말로 정확한 표현이었다는 걸 몸소 깨닫고 있다. 그때만 해도 결혼과 육아가 내게 주는 가치를 상상할 수 없었고, 단지 ‘행복할 가능성’만 보고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내겐 너무 큰 리스크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9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아이가 있음으로 인해 결혼 생활에서 얻는 행복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음을 차츰 깨닫고 있다. 물론 몸은 힘들지만,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미래를 더 구체적으로 꿈꾸게 된다. 예전에는 오직 ‘일과 비전, 사회적 역할’에 집중했던 내가, 가정(family)이라는 작은 울타리가 오히려 내 삶의 지경을 넓혀주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이런 생각의 변화가 내게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된다. 주변 친구들은 이미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를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이런건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