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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

한달이 조금 넘게.

by 한눈팔기

이제 미국으로 가는 날이 38일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년, 주어졌던 내 시간들에게

충실하지 않았던 것 같아 순간순간이 다 조급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허둥대고 있다.

2025년을 시작하며 꿈꾸고 해내려고 했던게 많았는데

연초에 느긋하게 풀어져있다가 시간을 다 흘려버리고 말았다.


오빠를 만나지 않는 평일에 내가 할일들에 더 몰두하지 못했던것이 후회되고

오빠를 만날 수 있는 날들에 더 많은 곳을 다니지 않았던 것도 이제와서 짜증이 난다.

더 특별한 곳에서, 더 특별하게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속상할뿐이다.


브런치 스토리도 큰 야망을 품고 시작해서 용두사미격이 돼버린것 같다.

지금은 오빠에 대한 어떠한 깊은 생각을 하기에 나에게 충분한 여유가 없다.

오빠의 상황에 대해 힘들어 했었던 지난 몇달간의 시간들이 나에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시간들이었던가 하는 생각뿐이다.

지금은 내 자신을 챙겨야 하는 일들이 벅차고, 하루하루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내가 무얼 놓치고 떠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뿐이다.


이렇게 후다닥 내가 떠나버리고 나면

남아있을 오빠는 얼마나 허무하고 쓸쓸할까.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눈물부터 나서,

그러면 또 내일 하루 보내는데 지장이 생길까봐 애써 꾹 참아본다.

늘 브런치스토리를 쓰면서 울어버리는게 내 수요일 밤에서 목요일 새벽으로 가는 시간의 루틴이었는데.

이젠 그럴 여유부릴 때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될까.

나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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