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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내공 쌓아가기

비교는 자존감 갉아먹는 하마

by 버티기

대학동창 딸 결혼식에 갔던 아내가 시무룩해져서 돌아왔다.

사십 년 넘게 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있어 공들여 꾸미고 나갔던 터였다. 분위기 어땠냐는 나의 물음에 대답이 미적지근하다. 시간이 좀 지나고 다시 물으니,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할수록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더라는 것이다. 별 볼 일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몇몇 친구가 상상 이상으로 잘 살고 있음에 놀랐다. 더구나 허접하게 생각해 눈길도 주지 않았던 남자 동창들이, 튼실한 삶의 궤적을 만들어 왔다는 사실에 더 의기소침해졌다 했다.


대답을 들으면서 은근히 나의 기분도 묘해졌다. 분명 좋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기분 뿜뿜 되어 돌아올 것을 기대했었는데, 이건 아니었다. 말속에서 드러난 우리의 현재 위치가 거의 아래쪽 수준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세우기 좋아하는 친구가 자랑삼아한 이야기에 찝찝한 기분이 된다는 게 안타까웠다. 농담 삼아 "그때 단디 봤다가 한 사람 잘 잡아놓지?" 했지만, 아내는 웃지 않았다. 며칠간 사기를 올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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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별안간 찾아오기도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맞게 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창조해 내어 그 굴레에 갇히는 것은 심히 못마땅한 행위임에 분명하다. 분명 의식 속에 없었던 불행을 끄집어내는 요인들이 있다. 그중에 큰 몫을 차지하는 게 '비교'라고 본다. 본래의 의미는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과 공통점, 차이점 따위를 밝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차이점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서 출발된다.


그야말로 단순한 차이로만 이해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차이에 가치를 부여하고 굳이 높낮이를 따지고는 열등하다는 인식으로 연결시키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과거 내가 경험한 것도 부지기수다. 살아온 방식이나 노력의 정도가 떨어진다고 여겼던 사람이 예상을 벗어난 높은 위치에 있을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단 '비교'하기 시작하면 십중팔구 늪에 빠져서 침울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비교는 우리들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 쉽게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거기서 느낀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타내는가 하는 문제는 온전히 자신의 문제이다.


비교는 벗어날 수 없지만, 결과를 다르게 바라볼 수는 있다.

비교의 늪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지금 나는 과거와 다르다. 비결은 한 마디로 하면 '편중된 수용'이다. 비교는 대상이 있었지만, 결과를 수용하는 것은 한쪽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퇴직 후 방산회사에 취업해 중요한 직책으로 활약하는 친구의 모습을 SNS에서 보게 되는 경우, 곧바로 그 친구가 그 위치에 가기까지의 고통과 노력을 떠올린다. 요즘같이 치열한 경쟁사회에 그냥 떠먹여 주는 요행은 절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출발선이 다를 수도 있었고, 겪어왔을 고통 정도와 노력의 강도가 내가 상상하는 수준을 넘어선 결과라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다른 하나는 '나를 중심에 놓는 것이다'. 굳이 비교한다면, 과거의 나와 비교한다. 지금 나의 속도와 노력의 강도가 적절한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친구가 가 있는 현재 위치와 나를 동일한 시간대에 놓고 허탈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 년, 십 년.., 이후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며, 그때 비교를 해도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할지에 대해서 상상해 본다. 이 방법은 앞에서 제시한 것보다 어려웠다. 이렇게 하려면 내가 가야 할 뚜렷한 방향이 설정되어 있어야 하고, 가능성을 높여 줄 노력이 동반되어야 만 시도할 수 있다. 어쨌든 나의 현재 위치를 계속 확인하게 되고, 비교의 늪에서 빠져나오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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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의 늪에서 빠져나오면, 모든 게 괜찮아진다.

비교에는 상향비교와 하향비교가 있다. 각각 열등감과 우월감을 잉태한다. 여기서는 열등감 만을 언급했지만, 우월감도 상당한 폐해를 준다. 자신을 정체시켜 결국은 퇴보되는 결과를 가져오니까. 하지만 열등감보다는 불행으로 연결되는 빈도가 낮다고 생각된다. 살면서 비교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의식적으로 상황을 나쁘게 만드는 쪽으로 진전시켜서는 안 된다. 자신 만의 비책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진심으로 축하하고,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볼 수가 있다. 비교 내공을 쌓는 것,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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