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입춘이라며 따뜻한 봄날을 그려보던 날, 신안 앞바다에서 어선이 전복되었다.
해군에서 함정근무를 오래 해서인지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접하면,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온몸에 전율이 일기도 한다.
더구나 인명손실이 많다는 소식에 기억 속에 있던 세월호, 핼러윈 대규모 인명사고가 연속해서 떠올려졌다.
우리는 대규모 인명사고가 나면 국가의 활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일까?
얼마 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에 CCTV를 보다가, 입주민들이 엘리베이터 중 하나가 문이 열리지 않아 다른 것을 타느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곧바로 관리회사에 신고했고, 기사가 도착해서 원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기사와 같이 확인한 결과, 엘리베이터 도어 스위치 센서에 머리카락 한 올이 끼어서 도어가 열려있는 것으로 인식하여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머리카락 한 올! 힘이 대단했다.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쓸 수 없게 만들었으니까.
엘리베이터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문득 ‘국가의 안전관리에 머리카락 한 올도 용납할 수 없는 엄격함이 적용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처럼 서열 23번째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 엄격함을 통제한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다.
주제넘게 정부부처 조직의 개편을 들먹일 생각은 없지만, 국가의 안전관리 문제는 엄격하게 통제할 능력을 보유한 곳에서 최우선 순위로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래서 대규모 인명사고가 반복되면서, 국가가 혼란스러워지고 불필요하게 국력을 낭비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내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선원들 때문에 흥분했나 보다.
국가적 안전관리에 대해서 거들라고 한걸 보면 말이다.
멀리 가지 말고 일상에서의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이 있다.
근무 중에 안전 순찰을 하면서 방화문이 닫히는 문턱에 택배물품을 쌓아두거나, 계단에 개인 물품을 적치해 놓아 통행을 방해하는 것을 자주 목도하게 된다.
이것은 화재 발생 시 안전통로를 폐쇄하는 치명적인 안전관리 방해 행위이다.
그래서 발견할 때마다 문턱에 있는 물품은 직접 치우고, 계단에 있는 물품은 치우도록 계도하기도 한다.
안전관리라는 말은 '안전하다는 상태가, 관리라는 행동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험을 보는 능력은 관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일상에서의 안전관리는 모든 사람이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교토삼굴(狡兎三窟)
지혜로운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