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놀기가 중요한 이유

by 버티기

군에서 퇴직 이후 부쩍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게다가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무조건 이틀에 하루는 꼬박 혼자서 근무를 해야 하고, 쉬는 날도 아내가 일을 나가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생각이 많아졌고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는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 끝에는 늘 허망한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막상 새로운 길을 가려고 발을 들여놨지만 생소하기도 하고 막막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작년 12월 중순 이후부터 근무에 대한 익숙함이 생기면서 과거에 대한 집착이 없어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할 동력도 이즈음에 생겨났던 것 같다.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해봐야 결국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로 귀결될 것이고, ‘어떻게 늙어 갈 것인가?’는 ‘나의 노년 모습은?’과 상통할 것이다.

결국 내가 어떤 ‘나의 노년 모습’을 그리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는 아내와 오래 같이 살면서 노인들을 위한 봉사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2년 전부터 아내는 독거노인들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외롭고 쓸쓸하게 늙어가는 노인들의 말벗이 되기도 하고,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살고 있어 봉사에 대한 내성이 있다.

나도 근무지에서 전기일을 포함한 잡일 경력을 쌓고 있으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노년 모습’을 그려봤다면, 다음은 그때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우선 ‘양화대교’ 가사처럼 서로 아프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 보라매 공원에서 아주 연로하신 부부가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부러운 마음에 닮아 가자고 아내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또 하나는 부부로서 정서적 공감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부 금슬이 좋다고 해서 여가시간도 반드시 같이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절대 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 ‘노년 모습’ 이 같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지만, 그전까지는 서로 자기에게 맞는 혼자 놀기의 연습이 꼭 필요할 것 같다.


아내의 혼자 놀기 주 종목은 여기저기 전화놀이 하는 것이다.

매섭게 추운 날이나 아주 더운 날, 미세먼지 많은 날은 노인들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친구, 지인, 친정식구 등 한번 시작하면 생각난 김에 장시간 뿌리를 뽑는다.

그럴 때면 나는 내 방에 들어가 혼자 놀기 종목인 글 읽고, 쓰기를 한다.

혼자 놀기가 골방에 들어앉아 출입조차 하지 않는 은둔이 되면 안 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살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나이 들어 갈수록 혼자서도 자기 관리를 잘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을 잘 견뎌내는 것이 노년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공통적인 취미를 가지고 같이 보내면 환상이지만, 일방에 맞추어야 되는 의무감을 갖는 순간 고통의 시작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물건, 재산과 같은 것이 아니라, 주로 해보지 못한 것들이라고 한다.

이제껏 상황에 이끌려 살아왔다면, 더 늦기 전에 자기중심적으로 살아볼 필요가 있다.


‘나이 들어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해져 있지 않으면,
누군가를 괴롭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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