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주의 깊게 챙겨야 할 3가지가 있다. 일잘러라면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 습관처럼 체크하지만, 신입이나 일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력직, 관성적으로만 일하는 직장인은 쉽게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이 3가지를 얼마나 이해하는가, 일의 마지막 단계에서까지 놓치지 않고 염두에 두는가에 따라 일의 완성도는 크게 달라진다. 일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챙겨야 할 3가지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1. 일의 목적 - 이거 '왜' 하죠?
길을 떠날 때 목적지를 알아야만 정확한 방향과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일을 할 때도 목적을 알아야 올바른 방향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게 일의 목적을 잘 알아야 할 이유의 전부다.
타이틀만 보면 같아 보이는 일도 목적이 무엇이냐, 즉 왜 하느냐에 따라 방식과 결과물이 확연히 달라진다. 가령 홈페이지 리뉴얼을 한다면, 그 목적이 회원 가입률을 높이기 위함인지, 유저의 사용성을 높이기 위함인지,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을 입히기 위함인지에 따라 작업 방향과 디테일이 모두 달라질 것이다.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엇을' 하는지에 매몰되어 '왜' 하는지를 잘 챙기지 않거나 도중에 잊어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본인의 성향이나 취향이 앞서는 바람에 애초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사람, 또 너무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느라 일이 가야 할 큰 방향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여러 사람이 얽히면 이 사람 저 사람의 의견을 묻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애초의 목적과 멀이지기도 한다.
일이 주어질 때, 가장 먼저 '이 일을 하는 목적과 이유, 그리고 배경'에 귀를 기울이자. 좋은 리더라면 분명 이 부분을 잘 설명해 줄 것이다(목적이 아주 명확하여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또한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계속해서 목적을 상기시키며 일하자.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거나 정할 때 우선적인 기준을 '목적에 부합하는 선택인가'에 두어야 한다. 여러 사람과 같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들에게 일의 목적을 명확히 이해시키는 것, 그리고 애먼 방향으로 일을 틀려는 사람에게 본래의 목적을 상기시켜 다시 옳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까지 모두 담당자의 역할이다.
한 가지 더,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 그 목적이 분명치 않은 것 혹은 목적에 맞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있다면, 더 나은 방향이나 방법이 없는지 재고해보고 고민의 결과를 상사에게 논의해 보라. 그게 꼭 들어맞는 대안이 아니라 할지라도, 본인을 바라보는 상사의 눈빛이 한결 달라질 것이다.
2. 일의 세부 타임라인 - 일의 출발부터 종착지까지
조직의 일이란 여러 사람과 부서, 이슈들의 긴밀한 관계 속에 이루어진다. 유기성을 가지고 있는 셈. (회사의 오너가 아니고서야) 혼자만의 의견이나 생각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해당 업무의 출발선과 종착지 사이의 세부 타임라인을 잘 그려두어야 한다. 기획에서부터 완성 단계에 이르기까지, 어떤 부서나 사람과 협업해야 할 것인지, 어느 시점에 내용을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지, 상사에게 중간보고를 하거나 도움을 구해야 하는 시점은 언제인지 등이 타임라인에 포함되어야 하고, 그중 이슈가 생길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이며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대안이 있는지도 고민해 두는 게 좋다. 나의 경우 타 부서나 외주사와 협업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그들이 이견을 제시할 경우 어디까지 수용하거나 양보할 것인지, 어디까지는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지도 머릿속에 미리 정해두는 편이다(항상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리 예측하거나 계획해 두면 갈등이 생길 때 덜 당황하게 되고, 불필요한 힘겨루기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리더에 따라서는 타임라인을 같이 잡아주거나 잡으라고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꼭 상사가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일의 진행 단계에서 꼭 필요한 체크사항이나 이슈를 놓치지 않을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공유 혹은 보고할 수 있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 세부적인 사항을 효과적으로 수정해 나갈 수 있다.
타임라인을 잡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외의 팀원, 타 부서와 그 부서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이다.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느 정도의 캐파(Capacity: 능력, 수용력, 시간적 여력 등)를 가지고 있는지, 업무를 대하는 태도나 정서가 어떠한지 등을 잘 알고 있을수록, 현실적인, 그리고 이슈나 변동 가능성이 적은 타임라인을 완성할 수 있다.
다른 팀원이나 타 부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래 근무하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험상 그건 절대 아니다. 10년 가까이 근속하고도 여전히 자기 업무만 아는 사람도 있고, 1년이 채 안 되어도 다른 부서 사람들의 업무까지 상세히 파악하는 직원도 있다. 회사를 다닌다고만 해서 경험치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내 일만이 아니라 회사 전반의 일에 관심을 두는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3. 일의 중요도 - 어느 정도의 고민과 공을 들여야 할까
직장인이 하는 모든 일이 100의 중요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나는 이걸 깨닫는 데(아니 인정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해야만 나도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조직은 여러 가지 수의 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해야 하는 곳이고, 때로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은 일을 맡게 될 때도 있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일을 시킬 때의 대다수 리더의 마음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만 빠르게 처리해 줬으면'이다. 또, 이 일이 나에게 온 이유는 '다른 팀원들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혹은 '이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다.
일이 주어지면 중요도에 따라 얼마만큼의 고민과 공을 들여야 할지 정한다. 일이 중요한지 아닌지의 판단은 '이 일이 우리 조직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가'를 기준 삼으면 된다. 객관적 판단력과 냉정함이 필요하다. 정 고민이 된다 싶을 때는 리더나 상급자와 상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도가 높은 일이 주어진다면시간과 체력 분배를 잘해서 최상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해당 업무를 하는 동안에 술 약속이 생긴다면 미루거나 중간에 적당히 빠지는 게 좋다. 과음한 다음날 일을 집중해서 하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중요도가 낮은 일이 떨어진다면, 내 업무 체력의 총량에서 조금만 떼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수 없이, 빨리, 잘 처리해야 한다. '이걸 잘해서 상사에게 뭔가 보여줘야지' 따위의 사심은 접어두어야 한다.
문제는, 나에게 계속해서 중하지 않은 일만 떨어질 때이다. 이때는 상급자와 필히 면담을 진행해서 그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 따라 부서 이동이나 이직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