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실수는 잊힐 수 있지만, 두 번 이상의 실수는 수식이 되어 따라붙습니다. 직장인에게 '실수가 잦은', '덤벙거리는' 따위의 수식이 결코 이로울 리 없지요.
직장에서의 실수를 줄이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파일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메일 보낼 때 파일 첨부를 하지 않거나 잘못하는 실수, 안 해 본 사람 있을까요?(있다면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기껏 힘들여 메일 잘 써놓고, '자세한 사항은 첨부 파일을 통해 확인하'라고 친절히 안내까지 하고도, 왜 막판에 그놈의 파일 첨부를 잊는 건지, 정말 모를 일입니다.
보내자마자 깨닫고 바로 파일을 보낸다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한참 지나 수신인으로부터 '저기, 첨부 파일이 안 들어가 있는데요'라는 연락을 받으면 참 모냥이 빠집니다. 알아서 다시 보내주겠지 하고 한참 기다리다 연락을 한 수신인의 마음은 어떨까요? 네, 짜증이 납니다. 이 정도 실수야 바쁜 현대사회에서 관대하게 넘어가 줄 수도 있지 않냐고요? 아니오, 바쁜 현대사회라서 다른 사람의 실수를 웃어 넘겨줄 여유 따위는 없습니다.
메일 보낼 때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라면, 혹은 한 치의 실수도 하지 않고 싶다면, 메일 작성하는 순서를 바꾸어 보길 추천합니다. 일반적인 순서인 [수신인 → 참조인(CC) → 제목 → 본문 → 파일 첨부]가 아닌, 정반대인 [파일 첨부 → 본문 → 제목 → 참조 → 수신인] 순으로 작성하는 겁니다.
이 방법으로 메일을 보내면, 1) 일반적인 순서로 보낼 때에 비해 정신을 붙들게 됩니다. 2) 첫 순서가 파일 첨부이므로, 웬만해서는 이걸 까먹지 않습니다. 3) 수신인을 마지막에 쓰기 때문에, 미완 상태에서 보내기 버튼(혹은 단축키)을 누를 위험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메일이 아니라 사내 메신저라고 해도, 동일 방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순서와 반대인 [파일 첨부 → 쪽지 본문 → 수신인] 순으로 작성하면 됩니다.
"왜 내 눈에만 안 보이죠?"
오타와 관련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백 번을 읽어도 내 오타는 내 눈에 절대 안 보인다는 겁니다. 그런데 컨펌해 주는 상사 눈에는 이게 단번에 보인다는 게 또 다른 미스터리입니다(발견해 주는 상사가 있다는 건 참으로 행운인 편).
내용 이해에 지장을 주는 오타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오타도 문서 자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오타를 줄이는 방법으로 '낯설게 보기'를 많이들 추천하는데, 직장인이 실천할 수 있는 '낯설게 보기'의 가장 쉬운 방법은 시간차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제출하거나 보고하기로 한 문서를 마감 전날까지 모두 작성하여 저장해 두고, 다음날 열어 다시 읽어봅니다. 보이지 않던 오타가 보이는 신세계를 경험할 것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디바이스나 환경을 바꿔서 읽는 방법도 좋습니다. 모니터로 읽던 문서를 출력해서 읽어보는 거죠. 출력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스마트폰으로 보내서 읽으세요. 줄 바꿈이나 폰트 등 작은 변화만 생겨도 글이 훨씬 낯설게 읽힙니다.
보고 받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읽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 메일이나 메신저에 보내서, 보고 받는 사람에 빙의되어 열어보는 거예요. 입장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냐 싶겠지만 의외로 이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위 방법들을 복합적으로 이용합니다. 근무시간에 작성한 문서를 내 카카오톡으로 보내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열어 읽는 거죠. 매우 효과적입니다. 오탈자는 물론, 비문이나 빠뜨린 내용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믿지 마 너 자신"
우리가 하는 실수의 대부분은 자신을 과신하는 탓에 일어납니다. 자신의 기억이나 감각, 인지 능력 따위를 절대 믿지 마세요.
특히 작성하고 있는 문서나 메일에 아래와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면 말입니다.
① 숫자(금액, 수량, 날짜 등)
금액, 수량, 날짜 등 숫자가 들어간 정보는 대부분 아주아주 중요한 것들이므로, 마르고 닳도록 확인합니다. 또 절대 말로만 전달하거나 전달받지 않아야 합니다. 1과 2, 3과 4 등 헷갈리게 들리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메일, 쪽지, 하다못해 문자나 톡을 통해 반드시 텍스트로 받으세요.
② 회사명, 이름, 직급 등
중요한 정보일 뿐 아니라, 틀리게 기재했다가 큰 사고를 낼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제안서에 클라이언트 회사명을 잘못 넣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제안서 다음으로 경위서를 쓰게 될 거예요.
직급을 잘못 부르거나 메일에 잘못 기재하는 경우도 정말 많은데, 이것도 각별히 조심합시다. 명함뿐 아니라 오고 가는 메일의 서명에서도 직급은 확인할 수 있어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직급이 곧 타이틀입니다. 이걸 틀리는 건 큰 결례입니다.
③ 링크(url)
링크는 보통 복붙 해서 넣지요. 그래서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대충 하이퍼링크 걸려 있으면 맞게 들어갔겠지 하는 거죠. 그런데 이놈의 링크 잘못 거는 경우도 진짜 허다해요(직장인의 습관성 컨트롤+C 때문인 듯). 문서나 메일에 링크를 넣을 때는 직접 클릭해봄으로써 맞게 들어갔는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이왕이면 새창에서 열리게끔 해주는 게 좋아요. 그래야 상대가 이전에 보고 있던 문서나 페이지를 실수로 닫아버리는 일을 막을 수 있거든요. 보던 문서 닫으면 그 문서 위치 찾아서 다시 열어야 해요. 그리고 보던 위치까지 다시 스크롤링해야 해요. 직장인 사이에서의 최고의 배려는 '상대의 시간을 아껴'주는 겁니다.
"믿지 마 내일의 너 자신"
업무 중에 간단한 요청이 온다면, 기한까지 미루지 말고 즉각 처리합니다. 이건 모두에게 좋은 방법은 아닐 수 있어요. 평소 뭘 잘 까먹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집중해서 해야 하는 업무를 몰아서 먼저 하고, 자투리 시간에 요청을 처리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챙겨야 할 걸 잘 잊는 사람은 '지금 하는 것 끝내고 해야지' 하고 1분도 안 되어 이 계획 자체를 까먹습니다. 그러니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처리하세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알람 기능이 있는 메모 어플(네이버 메모 등)을 사용합니다. 그냥 메모 어플에 써두면 써둔 걸 잊을 거거든요. 지금 하는 업무가 끝날 시간 때쯤 혹은 요청 기한이 되기 전 적당한 때쯤으로 알람을 설정하여 메모하세요.
실수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게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 무결한 사람이 있나요. 실수를 예방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실수를 하고 난 후의 액션입니다.
실수를 하면 놀라고 당황하여 우왕좌왕하게 되는데요. 이미 저지른 실수를 주워 담을 수는 없으니, 어서 충격에서 벗어나 수습에 집중해야 합니다. 만약 혼자 수습할 수 없는 일이라면 빨리 상급자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세요. 회사 일 중에 웬만해서 수습 안 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지체가 되면 수습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혼날까 봐, 평가에서 불이익받을까 봐 실수를 감추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회사는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들키게 되어 있어요. 실수를 은폐 엄폐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가중처벌받게 될 것입니다.
또 하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효용성 있는 방안을 찾아서 실천하세요. '경험이 자산이 된다'는 건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을 때의 얘기입니다. 실수했던 경험이 '자산이 되는가 그냥 똥이 되는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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