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고 무식한 주식 전업투자자의 막을 내렸다. 전재산을 탕진했던 그 늦가을의 한가운데 오후 4시. 모두 멈춰버린 주식 호가창 가운데 나는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 눈물을 흘렸다. 이상하게 슬픈 감정도 아니고 애매하고 오묘한 감정에 눈물이 한 두 방울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몇 시간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주식 전업투자자를 시작하기 전에 경각심을 갖고자 찾아보았던 주식실패 경험담 유튜브 영상들. 그 영상의 스토리가 나의 현실이 될 줄 정말로 몰랐다. 나만큼은 그래도 잘 될 줄 알았다. 어리석었다.
이젠 돈 나올 구멍이 없었다. 더 이상의 대출은 안 나오고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릴 용기는 없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부모님에게 고백하는 것이었다. 핸드폰에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띄워놓고 몇 시간을 망설였다. 차마 손가락이 통화 버튼에 다가갈 수가 없었다. 차라리 실수로라도 누르고 싶었다. 망설임 끝에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 한숨의 마지막 숨 끝에 아버지가 한마디 건넸다. "돈 다 잃었니?" 아들의 한 숨소리만 듣고도 모든 걸 다 알아챈 듯했다. 좌초지종 전재산 탕진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했다. 나의 피 같은 돈 퇴직금, 적금, 대출금 등등. 마치 공들여 키운 게임 캐릭터를 해킹당한 느낌이었다.
나의 이야기와 하소연을 들은 아버지는 한 문장으로 답했다. 인생은 원래 다 먼 길을 돌아가는 거야. 다시 마음잡고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라. 다 잊고 새로 시작해라. 화를 낼 줄 알았던 아버지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마치 네가 저지른 행보는 너의 책임으로 메꿔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열심히 쌓아 올린 탑이 일확천금의 욕심으로 모두 무너졌다. 허영심과 부를 쉽게 얻으려는 심보로 말이다.
나는 다시 돌아간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천만 원짜리 인생공부, 돈공부를 했다. 나는 다시 먼 길을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