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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Jan 10. 2021

나는 왜 직장인이 되고 싶었을까 #3

군 간부인 장교와 부사관은 직업군인이다. 다양한 직업들 중 하나의 직업이고 군대라는 직장과 조직이 존재한다. 내가 꿈꾸던 회사원은 아니었지만 직업군인은 나의 첫 직업이 되었다. 체계적인 조직 시스템과 뚜렷한 상하관계는 조금 경직되고 딱딱했지만 그 속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소대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면서 소대원들을 지휘하고 선임 소대장과 중대장의 명령에 따랐다. 


내가 지휘하는 소대원들은 병사들과 부사관 간부들이 함께 있었다. 한 소대에 신임 소대장으로 부임한 후 소대원들과의 첫 대면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낯설고 어색했다. 장교 후보생 시절 카리스마 있고 당찬 모습으로 소대를 지휘하는 소대장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이제 막 부대 자대 배치를 받은 이등병과 다를 게 없었다. 이론과 훈련으로 배운 지식과 경험들은 실전에서 써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나보다 계급은 낮지만 짬밥이 많이 찬 부사관들과 병사들에게 하나하나 배울 수밖에 없었다. 


자존심 세울 겨를이 없었다. 소대장으로서 멋지게 지휘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럽고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다. 나는 소대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웃음거리가 되는 어깨의 녹색 견장과 다이아 하나의 계급장을 단 소대장이었다.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사고도 많이 치고 혼나고 깨지고 하다 보니 어느덧 1년이 흘러있었고 나의 어깨의 계급장은 두 개의 다이아로 바뀌어있었다. 정말 짧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소대를 지휘하는데 자신감도 생기고 소대원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 


소대장을 하면서 나의 일과 중 대부분은 "전달과 보고"였다. 상관에게 하달 받은 지시와 명령을 나는 소대원들에게 다시 명령과 지시를 하달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다시 상관에게 보고한다. 이러한 체계적인 보고 시스템은 나의 첫 회사 생활에 아주 큰 도움을 주는 경험이었다. 보고가 생명인 군대 조직은 그 누구 하나도 모르는 것이 없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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