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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Jan 08. 2021

친구의 만행

친구의 만행

나에게는 학사장교 동기이면서 최근에 자주 연락하는 아니 거의 매일 연락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이 친구는 항상 자신감이 몸과 정신에 장착된 친구다. 물론 그 자신감은 근자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오지라퍼 중에 최강 오지라퍼이다. 군 복무 시절 이 친구와 같이 부대 막사의 복도를 같이 걸어가다 보면 항상 중간에 갑자기 사라지곤 한다. 타중대 타소대의 행정반과 생활관 하나하나 다 들리면서 오지랖을 부리는 친구이다. 

그런 수퍼 외향적인 성격이 가끔 부럽기는 했지만 너무 과하면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더 이상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다. 군대를 전역하고도 이 친구와는 사회에서 종종 연락하곤 했는데 2020년부터는 거의 매일 연락하는 지긋지긋 사이가 되었다. 이 지긋지긋 친구와 같이 놀면서 여러 가지 위험했던? 사건도 있었고 재미있는 사건도 많았다. 그 많은 사건 중에 이친구의 만행 중 하나를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 친구는 인천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그래도 신축 오피스텔에 합리적인 가격에 자리를 잘 잡았다. 신축 건물이라 그런지 옵션도 빵빵했다. 그리고 이친구의 침대는 옵션이 아니고 직접 구매한 침대인데 종종 불면증을 앓고 있던 나는 그 침대에만 누우면 바로 기절할 정도로 좋았다. 아무튼 하루는 이 친구가 자기 동네로 놀러 오라고 해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인천 부평으로 갔다.(자가용이 없던 시절) 그리고 이 친구는 항상 자기 동네로 부르기만 하고 내가 사는 동네는 단 1번밖에 온 적이 없는 양아치 같은 놈이다.  

2020년 연초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한국에 이제 막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되기 시작했던 1~2월의 겨울이었던 것 같다. 인천 부평 그 화려하고 젊은이들이 활개를 치는 그 인천 부평에서 누가 봐도 아재처럼 보이는 우리는 조용히 술집 구석에서 술만 마셨다. 술도 어느 정도 마셨겠다 이제는 체력이 받혀주질 못해서 집으로 귀가하려고 택시를 불렀다. 친구는 조수석에 나는 상석인 뒷자리에 앉아서 되지도 않는 저질스러운 성대모사와 택시 기사님조차 고개를 저을만한 개드립을 쳤다. 그렇게 패드립을 치다 보니 어느새 친구 집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근데 갑자기 친구가 택시 기사님에게 지하주자창으로 들어가라고 하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나도 몰랐다. 우리가 타고 있는 게 택시인 줄은 말이다. 원래는 항상 친구의 차를 타고 나와서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귀가하였었다. 그 당시 우리는 대리기사를 불렀다고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택시 기사님은 영문도 모른 채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친구는 택시 기사님에게 지하 1층은 자리가 꽉 찾으니 지하 2층으로 내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그 당시 택시 기사님은 정말 착한 분이셨다. 친구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그대로 지하 2층으로 내려갔고 새벽시간이라 이미 주차장은 만차였다. 그럴 때마다 친구는 항상 지하주차장을 빙글빙글 돌면서 주차할 자리를 찾아다녔고 결국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주차장 벽면에 붙여서 주차를 했다. 친구는 택시 기사님에게 방향 지시를 했다. "기사님 여기서 오른쪽이요!~ 아니 왼쪽이요 그리고 다시 오른쪽이요~" 그렇게 택시 기사님은 주차장을 한 5바퀴 돌았던 것 같다. 끝내 친구가 주차장 벽면에 차를 대 달라고 하고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택시 기사님이 지친 기색과 피곤한 표정으로 "결재하셔야죠 손님..."이라고 했다. 그때 친구가 한말 "아! 택시 기사님이구나?" 난 친구가 미친놈인 줄 알았다. 친구가 "아 저는 대리기사님인 줄 알고 지하주차장까지 내려와 달라고 한 거였어요"라고 웃음을 참으면서 말을 했고 택시 기사님은 어이없다는 듯이 한마디를 남겼다. "저도 왜 지하주차장을 계속 돌고 있었나 싶었어요" 정말 너무 죄송했다. 친구도, 나도, 기사님도 몰랐다. 그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택시가 지하주차장을 5바퀴 돌아야 했던 사실을...

이 친구의 수많은 만행 중 이 택시 주차장 사건 추억은 가끔 꺼내어 말하고 웃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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