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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Jan 08. 2021

나는 왜 직장인이 되고 싶었을까 #2

학사장교 최종 합격을 한 후 더 이상 운동을 하지 않았다.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 동기들과 후배들의 운동을 지도하고 이끌어주었다. 주변 감독님들과 코치님 그리고 동기들은 일찍 은퇴한 나에게 그동안 해온 것들이 아쉽지 않느냐는 말을 종종 하였다. 나름 전국 대회에서 많은 우승과 총망 받는 선수라는 과분한 칭호를 들을 때도 있었다. 그때 당시에는 아쉽다는 마음보다는 후련하다는 마음이 더 컸다. 중학교 때부터 품고 있었던 평범하고 싶다는 욕망을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품고 온 것이다. 너무나도 평범해진 지금, 문득 그 특별했던 나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단풍잎이 바람에 날려 땅바닥을 어지럽힐 무렵 4년간 미운 정 고운 정 스며들었던 숙소 한구석의 내 자리를 정리하고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던 일상에서 벗어나 허리가 아플 만큼 늦잠을 자곤 했다. 친구들을 만나 밤새 술을 마시고, 시뻘건 눈을 비비며 해가 중천에 뜬 대낮에 피시방에서 기어 나오곤 했다. 그 시절 그런 일상들이 그동안 고생했던 나의 과거와 군대 가기 전 만끽하는 잉여스러운 일상들... 그저 당연한 나의 권리라고 생각했다.


충북 단양에서 나의 긴 머리를 밀었다. 40년쯤 되어 보이는 허름한 미장원에 백발의 이발사가 면도 칼을 사용하여 자로 잰듯한 뒤통수 라인까지 만들어 주었다. 머리통의 모든 면이 시려웠다. 겨울을 이제 막 벗어난 3월 초 나는 학생군사학교에 입교하였다. 남녀를 막론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같은 신분의 장교 후보생을... 그때 처음으로 나도 이제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장교 후보생 신분이라는 것도 사회에서 보았을 땐 평범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민간인도 아닌, 군인도 아닌 그 애매한 위치에서도 나는 행복했다. 같은 목표를 보고 같은 하루를 동일시 보내는 동기들이 있는 사실 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다. 4개월간의 긴 후보생 교육을 마치고 드디어 양쪽 어깨에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 나의 임관식에는 부모님과, 나의 가장 친한 친구 2명이 참석해 주었다. 지난 4개월간 소외감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학창 시절 그렇게 갈망하였던 평범한 학교생활을 학생군사학교에서 대리만족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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