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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Dec 15. 2020

엄마에 대한 기억

우리 엄마는 내가 4살 무렵에 내 곁을 떠나갔다. 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마지막 뒷모습이 생생히 기억이 난다. 아버지, 할머니, 친척들에게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마지막 기억은 잘못됐다고 얘기한다. 그때 네가 기억하는 엄마의 뒷모습은 그게 아니라고. 내가 너무 어려서 정말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꿈에서 본 것을 현실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쯤 엄마는 나를 찾아왔다. 나를 찾기 위해 동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내 이름을 말하면서 어디 있는지, 본 적 있는지 찾았다고 한다. 청소년쉼터에서 열심히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누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어떤 아줌마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맞냐고 물어봤다. 그게 엄마였다. 내 손을 잡고 문밖으로 나가서 나를 안고 말없이 울기만 하였다. 동네 근처에 고깃집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나의 산만하고 엉뚱한 모습이 엄마에게서 보였다. 우리 엄마가 맞는듯했다. 


나를 데리고 시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책가방, 옷, 신발, 책등 많은 걸 사주었다. 마지막으로 쌀 한 포대를 사서 집에 놔주었다. 그때 나는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는데 결국 마주치지 못하고 엄마는 다시 돌아갔다. 엄마가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면서 연락하라고 했다. 하지만 전화를 할 때 엄마가 아무 말이 없으면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미리 알려주었다. 그때의 기억으로는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거나 답신은 없었다. 


그렇게 또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 내 나이는 어느덧 30살이 넘었다. 엄마 없이도 잘 자라왔고 혼자서도 헤쳐나갈 수 있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찾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겨우 하게 되었고 엄마가 살고 있는 주소 정도만 알고 있다. 이쁜 우리 엄마는 지금쯤 얼마나 늙어 있을까, 키는 얼마나 작을까, 성격은 어떨까,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 궁금한 게 너무 많다.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하게 내 가슴을 후벼팔 때 본격적으로 찾아 나설까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만난다면 같이 사진 한번 찍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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