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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Feb 28. 2021

나는 왜 직장인이 되고 싶었을까 #5

 2015년 11월 겨울옷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협회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첫 서울살이라 그런지 출근길 지옥철은 적응하기 힘들면서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하루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계단을 꽉꽉 채워서 터덜터덜 올라가는 모습을 멍하기 바라본 적이 있다. 비록 나는 정식으로 취업한 직장인이 아니었지만 저 계단 속 빼곡히 쌓인 직장인들 대열에 언젠가는 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평소에 가고 싶은 회사들에 대한 정보를 나름대로 수집을 하고 정리를 했다. 구직사이트에 수많은 공고들을 보면서 도전해볼 만한 직무와 자격사항을 수색했다. 체육학과인 나의 전공으로는 생각보다 지원할만한 회사들이 많이 없었다. 나의 전공을 살려서 도전해볼 만한 곳들은 대부분 체육 관련 협회나 공기업 정도였다. 그 당시 취업준비는 처음이었고 인맥도 없었기에 정보수집이 많이 서툴고 미약했다.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사원증을 목에 걸고 한 손으로 커피를 들며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직장인들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나도 언젠가는 사원증을 목에 걸고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싶었다. 그렇게 부러운 감정을 느끼면서 사무실에 도착했다. 8시 40분 고요한 사무실은 몇몇 출근한 직원들과 비어있는 자리가 보였다. 9시까지 출근인 이곳은 8시 50분은 돼야 분주하게 직원들이 출근을 한다. 나는 나의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하나둘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나는 인사를 하기 바빴다. 솔직히 나는 좋은 인상을 주변 사람들에게 남겨주고 싶어 했나 보다. 그렇게 정신없이 시작된 일과에서 나는 주어진 업무를 시작 헸다.


나를 담당하는 직원분이 같이 우체국에 업무를 보러 가자고 했다. 그 직원분은 30대 초반 남자였고 운동을 좋아하고 유머가 남다른 분이었다. 그분이 말을 하면 주변에서는 깔깔 웃기 바빴다. 나는 그 직원분에게 어떻게 호칭을 하는 게 좋을까요 라고 물었고 그분은 그냥 선배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그 뒤로 나는 선배님이라고 부르면서 업무에 대한 질문을 했다. 우체국을 가면서 선배님은 나에게 나이와 사는 곳 그리고 취미 등 여러 가지 질문을 하였다. 그리고 가고 싶은 회사가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나는 그냥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답변을 하고 회피하듯 대화를 끝냈다. 선배님은 마지막으로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 라고 말하고 어색한 분위기는 우체국에 도착하면서 끝이 났다. 


선배님이 말씀한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 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딱히 내가 뭘 좋아하는지 깊게 내면과 대화해본 적도 고민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당장 취업이 하고 싶을 뿐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 취업이 우선이었다. 왜냐하면 단지 그 사원증 하나를 목에 걸고 싶었을 뿐이다. 그 사원증을 목에 거는 것이 그 당시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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