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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Mar 03. 2021

가끔 허리띠를깜빡하곤 해


때는 바야흐로 10년 전 나는 운동선수였다. 다소 격하고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투기종목의 선수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배는 항상 식스팩이 존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고민인데 뱃살이 한번 생겨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0년이 지난 직장인인 지금 그 꿈을 매일 이루며 살고 있다. 하루하루 커져가는 배를 보며 치킨과 맥주를 흡입하고 있다. 


운동선수 시절 나의 바지 허리사이즈는 26인치였다. 이 수치만 보아도 얼마나 말랐는지 그리고 식스팩이 분명히 있어 보이는 허리사이즈다. 평소 26인치의 바지를 입고도 가끔 흘러내리는 바지 때문에 늘 허리띠를 차고 다녔다. 나에게는 허리띠가 하나의 패션 소품이 아닌 지지대였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늘 습관처럼 허리띠를 차고 다녔다. 굳이 허리띠가 없어도 뱃살이 바지를 꽉 잡아줘도 말이다.


하루는 출근을 하는데 허리띠를 안차고 나온 것이다. 불어나는 뱃살이 항상 바지를 꽉 잡아주어서 그런지 이제는 허리띠가 없어도 절대 흘러내리지 않는다. 견고하다 못해 아늑할 정도다. 지금은 허리 사이즈가 32인치 정도 되는데 매년 허리 사이즈가 떡상중이다. 매일매일 상승 중인 것이다. 이제는 내 인생에 허리띠는 필요 없어진 것일까 슬픈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그렇게 요즘 허리띠를 깜빡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지는 흘러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허리띠와 평생 이별하고 싶지 않다. 언젠가는 다시없어서는 안 될 허리띠를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혼자 두어 미안한 강아지처럼 허리띠에게 미안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허리 사이즈가 큰 바지를 영입할 순 없으니 나의 뱃살을 줄여도록 하려고 한다. 허리띠야 그동안 서운했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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