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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철 Oct 22. 2021

선의는 어떨 때 베풀어야 할까?

 최근 조은산 작가의 "시무 7조"를 읽고 있다. 한국 정치를 비판하는 그리고 국민청원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산재되어 있는 이 책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었다. 책을 읽는 도중 계속 머리에 맴도는 문장 하나가 나를 괴롭혔다. "동의를 얻지 못한 도움은 폭력과 다르지 않아" 바로 이 문장이다 이 문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저자가 고등학생 시절 버스에서 신체가 불편해 보이는 아저씨를 도와주다가 되려 받은 것은 고함이었다. 그 충격에 적잖은 고통을 받은 저자는 학교 선생님에게 찾아가 이 상황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선생님은 도와드리기 전에 그분께 도와드려도 되는지 여쭤봤냐고 물었고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선생님은 그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고 끝으로 "동의를 얻지 못한 도움은 폭력과 다르지 않아"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나에게도 비슷 경험이 여러 번 있기에 그 선생님의 마지막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중학교 시절 병을 줍고 있는 할머니를 도와드렸다가 되려 욕만 먹은 경험, 회사생활 중 업무 관련해서 선의를 베풀었다가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처리하면 어떻게 하냐며 꾸중을 들은 경험, 아르바이트 중 한 고객의 물건을 찾아드렸다가 담부턴 임의로 행동하지 말라는 주의를 들은 경험. 나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이게 선의이고 그저 고맙다는 말만 들으면 됐었다. 하지만 나의 선의는 오해를 사고 임의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었던 거다.


 나는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불의를 보면 나서고 싶고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도와줘야 하는 그런 사람이다. 앞으로 이런 상황은 언젠가 또 일어날 것이고 아마 나는 또 선의를 베풀듯하다. 하지만 거절을 하거나 먼저 나서는 행동을 삼가하는 노력도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뿌듯하고 보람찬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 사회가 변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어려서 몰랐었던 것일까. 누군가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하거나, 쓰러져있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힘겨워하거나 하더라도 선뜻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드물다. 이런 상황을 주변에서 많이 봐왔고 뉴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사람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각기 다르겠지만. 나는 생각했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선의를 베푸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그것이 인간의 도리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동의를 얻지 못한 도움은 폭력과 다르지 않아"라는 문장을 보게 된 후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아무튼 선의를 도대체 어떨 때 베풀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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