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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피 Feb 19. 2023

장미의 바이섹슈얼(bisexual) - 1

이혼하면 어때 #30



"진짜야?"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지인들과 헤어진 후 내가 물었다.


"응. 둘이 같이 산지 오래됐어." 그녀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말을 덧붙였는데.

"나를 좀 좋아했는데, 내가 오빠랑 결혼하니 둘이 사귀는 듯."


여대를 나온 전처 주변에는 이상하게 레즈비언이 많았다. 허나 내게 친절한 사람들이었고 전처와 같은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라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도 그쪽 아니었냐며 장난스럽게 물어본 적은 있었지만 그게 다였다.


한때 속으로 바이섹슈얼(bisexual)을 의심한 적은 있지만 설령 사실이라도 대수롭지 않았다. 결혼 전 실제 양성애자를 만나 사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


30대가 되자 밤에 펼쳐지는 유흥 문화를 조금 알게 되었다.

선천적으로 알코올을 흡수 못하는 체질 때문에 술과 거리가 멀었다. 밤거리 유흥도 마찬가지고. 게다가 사귀는 애인이 계속 있었던 터라 그쪽에 발 한번 들여놓기 어려웠다.


20대를 같이 보냈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솔로 생활이 조금 길어졌다.

그러면서 주변 남자 지인들과 어울림이 잦았다. 그때 처음 경험해 본 것이 도우미 노래방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노래주점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여성 도우미를 불러주는 곳이었다. 글자와 상상으로 수많은 간접 경험이 있었지만,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자와 한 방 안에 있는 것은 처음이라 너무 두근거리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실장님. 여기 한 타임에 얼마죠?"


능숙한 친구 한 놈이 방 안으로 가격을 설명하러 들어온 실장에게 물었다.


"두 시간 10만원입니다. 술은 무제한 이고 안주는 과일과 오징어 나옵니다."


그 친구는 방 안 지인들에게 눈빛으로 암묵적인 동의를 구했다.

이 정도면 싼거야.

부정적인 눈빛이 없었는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애들 마음에 안들면..."

"마음에 들 때까지 바꿔 드립니다! 걱정마세요!"


실장은 걱정 말라는 듯 자신있게 말했다. 한바탕 흥정이 끝나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잠시 후 술과 안주가 들어오며 유흥의 시작을 알렸다.


술을 못 먹는 나에겐 너무나 아까운 돈과 시간이었지만 한두 번의 경험쯤은 괜찮다고 스스로 납득했다.

내 옆에 앉게 될 여성은 누구일까. 너무나 기대되고 두근거렸다.


따각따각.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나더니 여러 명의 여자들이 열린 문으로 엮인 굴비 마냥 들어왔다. 노래방 실장이 말했다.


"형님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자 저쪽부터 1번, 2번, 3번, 4번입니다. 다 보셨죠?잠시 나가있어."


거참. 몇 초 사이에 얼굴이 보이냐고.

다른 친구들을 보니 문 안으로 들어올 때부터 모든 걸 기억하겠다는 눈빛과 집중력이었다.

그 실장은 번호로 여자들을 소개하고 각자 희망하는 파트너를 물어봤다.

일행은 희망하는 파트너를 지목했고, 나는 그냥 선택 받지 못해 남은 여자분을 골랐다.


숫기가 매우 없었던 때라 내 파트너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노래만 부르며 정해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 맞은편에 앉은 친구의 파트너 여성은 다리 꼬고 있었는데 치마가 너무 짧아 정면을 제대로 쳐다보기 어려웠다.


어두운 조명아래서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허벅지까지 내려온 화려한 장미 문신이 눈에 들어와 물어보았다.


"그 문신 진짜예요?"

"네. 진짜."


그 여자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는데 그녀의 혀에 큰 피어싱이 뚫려있었다. 실제로 그런 모습을 한 여자애는 처음 봐 너무 신기했다. 하지만 나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 파트너보다 맞은편 그녀에게 더 이상 관심을 더 주는 것은 너무 실례되는 행동일지 몰라 노래만 부르다가 자리를 파하였다.


그리고 한 달쯤 후 다른 지인들과 전에 갔던 노래방을 다시 한번 찾았다.


한번 경험해 본 도우미 문화라 의심과 경계의 벽은 집에 두고 없었다. 다시 치열한 가격 협상 후 아가씨들이 들어오길 기다렸고, 잠시 후 여러 명이 들어와 머쓱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전에 봤던 장미문신의 그녀가 있었다. 나는 대담하게도 그녀를 지목하며 말했다.


"전 2번이요!"


선수를 뺏긴 내 지인들은 나를 보며 의외라며 웃었다. 지목당한 그녀는 잠시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가와선 내가 기억났는지 활짝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앉으면서 느껴지는 그녀의 취기는 전과 달랐는데 그전 손님들과 얼큰하게 마신 모양이었다.


"헤헤. 오빠. 또 왔네요?"


그녀가 짓는 나를 기억하는 웃음에 내 마음은 환희심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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