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다시 회춘한듯한 마음이 되는구나.'
회춘이란 단어를 언급하기에 내 나이는 그다지 많지 않겠지만, 늘어가는 흰머리와 짙어지는 주름살에 젊은 날의 기억을 되새김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연애에 대한 자신감과 이성에 대한 기대감이 희미해질 무렵 생긴 일이라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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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거의 공유했다. 공유한다는 의미는 어쩔 수 없는 시간-직장생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시간을 같이 소비했으며, 같이 공감하고, 같이 나눴다는 것이다. 동일한 취미로 여가를 즐기고, 한 커뮤니티 안에서 사람들을 사귀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관심 있는 대화의 주제가 비슷했다.
이렇게 수개월을 지내니 우리를 아는 사람이 말했다.
"너네 표정이 닮은 거 같아."
오래된 부부처럼 우리는 표정이 닮아있었다. 그것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끼리 닮아가는 일종의 표식이었다. 같은 세상을 바라보고 같이 울고 웃으며 그렇게 닮아가는 것인가 보다.
"오빠. 오늘 화나는 일 있어?"
어느 날, 그녀의 뜬금없는 말에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리고 쇼윈도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무표정한 얼굴이 화나 보이는 듯했다.
내가 이런... 얼굴이었나.
나를 닮아가는 그녀의 표정은 이런 모습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웃음을 많이 지어야지. 그녀가 가장 많이 보는 내 표정에 그녀의 표정이 점점 닮아갈 테니.
행복은 단순하고 가깝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그게 행복 아닐까?
그럼,
우선 나의 행복을 위해,
쇼윈도에 비친 그녀의 표정이 웃음 가득하게 하기 위해,
나의 표정부터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