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일기] 요란한 하늘
날씨에서도 세월을 느낀다.
섬광에 하늘이 번쩍 요동을 친다.
그리고 이내 쏴아아 소리들
오늘따라 하늘이 잔뜩 화가 났나 보다.
오늘은 종일 비가 내렸다.
여름이지만 많이 시원해서 좋으면서도
빗길에 비바람이 썩 좋지는 않더라.
어릴 적엔 유독 비가 오는 날이 싫었다.
유난히도 곱슬 거렸던 곱슬머리에 습기를 머금으면 평소보다 더 파마한 듯 곱실거리는 머리가 신경 쓰였다. 그런 이유와 비가 내리면 옷 여기저기 튀어대는 구정물이 신경 쓰였었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비 오는 날의 그 우중충함도 싫었고 비오기 전 꾸물꾸물한 그 찌뿌둥함도 싫었다.
이유를 만들자면 한두 가지가 아닐 정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눈보다는 비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비 온 뒤 깨끗해지는 거리는 눈 내리는 거리보다 좋았고 비가 내린 후에는 서늘해져서 좋았다.
문득 비 오는 날을 생각해보니 예전과는 생각이 달라졌다. 세월의 흐름이 이런 건가보다 싶으면서도 나도 나이가 들어감을 느낀다. 모 아니면 도로 생각하던 내가 점점 중간을 찾고 이래도 저래도 그럴 수 있지가 되었다.
이런 게 바로 세월이겠지.
날씨에도 의연해지고
싫었던 것도 견뎌지고
그렇게 하나하나에 예민함이 사라지는
바로 그런 게 세월의 흐름이 아닐까 싶다.
이러고 보니
나이가 들어가는 게 마냥 나쁘지만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