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는 이렇게 산다.

[이상과현실] 내 꿈은 선생도 화가도 아니었어.

by K써니

*글을 시작하기 앞서, 저는 최근 2년여간의 다소 힘겨웠던 직장을 정리하고 백수임을 알려드리며 현재가 아닌 과거의 경험들과 생각들을 작성하는 것이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사라는 직업, 이건 나의 꿈도 바라던 이상도 아니었다.


강사 또는 학원 선생님, 미술 선생님이라 불리는 나의 전 직업은 내가 바라던 직업도 그렇다고 꿈도 아니었다. 다만 나의 전공 이력과 아르바이트 이력으로 구할 수 있는 최후의 보류와 같았던 직업이며 밥벌이 었다. 전공자라고 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해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대부분 대학교를 나오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고급 인력을 차고 넘쳐나고 더 뛰어난 능력들을 가진 이들이 많으니 나의 이력은 크게 작용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우고 경험했던 것이 바탕이 된다고 배운 것으로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고 지도한다는 것이 꽤나 적성에 맞아서 최후의 보류로 항상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나는 지방 4년제 미술대학을 나왔지만 무엇이 되었든 미술대학 학사학위로 그 문턱은 상대적으로 활짝 열려있음은 분명했고, 전공과 무관하게 했던 8년여의 회사생활을 통해 느꼈던 무기력함과 회의감, 전공에 대한 미련 등이 나를 이 직업으로 이끌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어느샌가 5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아동미술강사가 되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2000년대 초기와 현재의 아동미술강사의 교습하는 모습이 달라졌을지 몰라도 21~22살이었던 첫 강사 시절 나를 불러주는 호칭은 거창하게도 '선생님'이었고, 조금은 성숙해진 30대 후반이 된 지금도 '선생님'이었다. 아주 어리게는 4살부터 크게는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불렀던 호칭인 선생님이라는 말은 나에게 큰 의미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의 책임감과 그로 인해서 갖는 스트레스에 비해 대우받지 못하는 그저 그럴싸한 선생이라는 이름일 뿐이었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입시과목의 강사들과 일타강사들 혹은 알맞은 대우를 받는 여러 강사들이 있겠지만 유독 내가 바라보는 아동미술강사들은 그저 호칭에서만 대우를 느낄 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강사의 처우에 대해서 회의적인 뿐이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회의적이거나 즐겁지 않다거나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때때로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나를 믿고 따라주며 실력 향상과 조금씩 변화하는 무언가를 볼 때면 뿌듯함과 보람찬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업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 뿌듯함과 보람찬 느낌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생각했을 때 두둑한 지갑으로 대변하는 것이니 우리가 갖는 이상과 현실의 대립이 이런 부분에서 마주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선생님의 이러한 복잡한 마음은 알 수 없고 팍팍한 우리네 삶의 현실을 아직은 모르는 순수한 아이들(미취학아동~초등 저학년)이 종종 나에게 질문을 하곤 한다.


"선생님, 꿈이 미술 선생님이었어요" 또는,


"선생님, 꿈이 화가였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을 명확히 해주지 않았고 대충 얼버무리는 말 조차도 해주지 않았다. 어떠한 대답도 알맞은 답이 아니기에 그저 씩 웃으며 되묻곤 했다.


"00아~ 너는 꿈이 뭐야(미소)?"


아니면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어떤 아이들을 해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해준다.


"저는 선생님처럼 미술 선생님(또는 화가)이 될 거예요.(눈웃음)"


아이들의 눈에서는 내가 어릴 적 꿈을 이뤄서 미술 선생님이 되었고 그림을 그리니 당연히 화가일 거라 생각하며 질문하기에 나는 어떠한 대답을 해주지 않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순수한 아이들에게 직업의 현실을 그리고 내가 가졌던 꿈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해주어 무엇하랴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것보다 당장 수업을 끝내야 하는 부담감에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엄두를 내지 않았던 탓도 있었으랴.


이랬건 저랬건 이 글을 빌어 이런 글이 존재하는지도 심지어는 선생님 이름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꿈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애들아, 선생님 꿈은 그냥 평생 그림 그리고 사는 사람이었어. 이건 화가나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그저 그림이 좋았거든. 7살 때부터 이것을 바라 왔던 선생님은 이 꿈을 이뤘단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림이 미술이 선생님의 친구가 되었거든. 너희가 말하는 베프! 그리고 너희 갖는 꿈이라는 것이 꼭 직업일 필요는 없는데... 수업시간에 쫓겨 그런 것을 말해줄 시간이 없었어. 지금이라도 그걸 꼭 말해주고 싶다. 꿈은 너희들이 되고 싶은 어떠한 것도 좋아. 직업일 필요도 그렇다고 어른들이 바라는 무엇인가도 아니어도 된다. 알았지? 이것 말고 선생님이 꿈꿨던 여러 가지의 꿈들은 아직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 아직은 이뤄지지 않은 꿈이지만 언젠가 이뤄진다면 조금 더 당당하게 너희들에게 대답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까지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나를 기억해주려나...?

나라는 존재를 기억이라도 해주면 다행이려나..ㅎ


PS.

첫 글부터 너무 씁쓸했던 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 왠지 존재감마저도 없을 거란 생각이 드니 마음이 헛헛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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