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는 이렇게 산다.

[첫걸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by K써니

*글을 시작하기 앞서, 저는 최근 2년여간의 다소 힘겨웠던 직장을 정리하고 백수임을 알려드리며 현재가 아닌 과거의 경험들과 생각들을 작성하는 것이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내가 처음 아동미술강사를 경험했던 것은 대학시절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를 위한 것이었다. 대학생인지라 학기 중에는 조금은 가난했고 자취를 했기에 항상 부족했던 주머니 사정에 방학은 나에게 아르바이트가 절실했던 시점이었다. 대학을 막 입학한 20살 입시강사의 제안을 받았지만 막 입시를 끝나고 난 나에게는 테스트라는 중압감이 크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그래서 연습을 하다 말고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내 손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거절을 했었다.


일여 년의 시간이 지나 입시미술강사가 아닌 아동미술강사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섰다. 아직 졸업 전인 학생에게 기회는 매우 한정 적었으며 짧은 기간만 하길 원했기에 더욱이 기회는 없었을 텐데 우연히도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사는 곳과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젊음이란 좋은 게 시간을 따질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면접 제안에 바로 가서 면접을 봤다. 나는 전임강사가 아닌 보조쯤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전적으로 혼자 수업을 다해야 하고 그것도 부족해 아침부터 아이들의 등하교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돈이 궁했던 나에게 당시 학생으로서는 큰돈인 80만 원이라는 월급에 마음이 혹했고 여름에 힘들지 않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일할 수 있으리라는 상상에 그저 신나기만 했다.


그렇게 강사의 첫 발을 내디뎠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린 나이였고, 선생이라기엔 조금은 가벼워 보일지도 모를 나이였기에 나의 나이는 어디에도 얘기하지 않기로 다짐을 하고 아주 즐겁게 첫 출근을 시작했다.


뭔지 이상함이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폐업을 앞둔 학원이었다. 2000년대 초기 거의 쇄락을 걷고 있던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과 미술학원이 접목된 그런 곳이었고, 원장은 유아 관련 전공자도 미술 관련 전공자도 아니었다. 그저 돈을 위해 학원을 오픈해서 차량 운행만 하는 정도로 원에 관심이 없었기에 망할 만도 했던 상황이었으리라 짐작해질 정도로 분위기가 그랬다. 그럼에도 나는 첫 강사의 시작을 했기에 남은 두어 달의 기간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며칠에 한 번씩은 아이들의 등하교를 함께하며 인사를 나누고 오전에는 5살 아이들과 교실에서 수업을 했다. 한글 낱말카드도 직접 만들고 아이들이 쉽게 한글에 친숙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오전 수업과 오후에는 미술 수업을 했다. 너무 오래전이고 너무 짧은 기간이었기에 어떤 프로그램을 했는지도 아이들의 이름도 떠오르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한글을 이해하는 모습을 볼 때의 뿌듯함, 내가 알려주는 미술을 즐거워했던 그런 모습은 아직도 선명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의 종알거림

아이들의 순수함이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때 아이들과 나는 특별한 교감과 교감을 통해 아이들에게 사랑 받음을 느꼈다. 마지막 등원 일에는 아이들의 아쉬움이 가득한 그리고 그 짧은 기간 동안에 정들어 눈물도 보이는 걸 보았다. 시간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고 선생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어렸지만 그 안에서 분명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맞는 직업이 아마도 이런 게 아닐까?


천직이라고 하기엔 이후 다소 많은 여정이 있었지만 나에게 잘 맞는 그리고 잘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는 것이 좋았고 왜인지 모르지만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교육하던 모습 속에 나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미성숙한 상태이고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그게 좋았었다.


단지 처음이라는 이유가 아닌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미술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랑하는 것과 평생 함께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 있는 그런 길이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삶을 살아가다 보니 그 길과는 멀어지고 힘겨움을 알아버렸기에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지금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그 시작의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그렇기에 다음이 있지 않나 싶다.



Ps. 왠지 두서가 없는 것 같다.

쓰다 보니... 아직도 새로운 첫걸음을 찾는 것 같다.

왠지 반성 모드, 언제 제대로 된 긴 걸음을 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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