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선물

[아이의마음] 선생님 선물이에요.

by K써니

오랜 기간 강의를 한 강사들보다는 미약한 숫자이겠지만 내가 그동안 가르쳤던 아이들은 대략 150명은 넘을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의 얼굴이나 이름들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는 없지만 아직도 소식이 궁금하고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


그렇지만 나와 잘 맞는 혹은 나를 잘 따르는 아이들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신이 아니고 사람이기에 아무리 선생이라고 해도 특별히 눈길이 가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다. 학부모들이 생각하면 속상할 일이겠지만 선생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가르쳤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유독 떠오르는 한 아이가 있다. 보통은 학원생과 별도의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하지 않지만 이 아이만큼은 따로 연락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정도의 이모 같은 마음이었달까? 지금도 바로 어제 본 것처럼 그 아이의 모습이 선하다.

처음 이 아이를 만난 것은 내가 한참을 일반 회사 생활을 전전하다가 다시 미술강사의 길을 접었을 때였다.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오프너로 취업을 하고 일정 교육을 받고 처음 등록할 친구를 생각하며 열심히 체험 수업을 준비했었다. 그리고 내가 준비한 것에 보답하듯 처음 등록한 아이가 바로 이 아이였다. 매주 바뀌는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들고 적응도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이는 그와 상관없이 조금씩 나에게 다가왔고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름도 어여쁜 6살 꼬마 여자 아이.


처음 시작한 미술을 나와 함께 했다. 첫 시작이어서 일까? 유독 나를 많이 따르고 좋아해 줬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교실 밖에서 나를 기다리며 기대하고 설레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이내 내가 문을 열고 나서면 뛰어와서 와락 나의 허리춤을 꼭 안아주었다. 항상 배웅하는 다른 아이들이 있어서 바로는 안아주지 못했지만 유독 나를 포옹을 많이 해주었다.


그만큼 사랑스러웠다.


한 번씩은 내 손과 팔을 꼭 잡고 수업에 임할 때도 있었다. 오픈을 하고 첫 등록한 학생이었기에 그만큼 1:1로 수업을 할 때가 많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은 내 걱정도 해줄 만큼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1년 여의 시간을 넘게 보내며 그만큼의 정도 마음도 나눴던 것 같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내가 1년 여를 넘게 근무를 하다가 교육철학과 여러 면에서 더 이상 이어나갈 여력이 사라지고 있을 무렵, 퇴사를 결정하고 마무리를 지을 쯤이었다. 그때 프로그램이 친구 초상화 그려주기였다. 그때 함께 수업받는 친구가 없어서 나와 둘이서 수업을 해야 했기에 어떨 결에 내가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나를 쓱쓱~ 평소 나를 바라보던 아이의 눈을 그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보통 선생님들보다 많고 반짝거리는 귀걸이, 빨간 테가 포인트였던 안경, 짧은 단발머리, 하나씩 관찰하며 나를 그려줬다. 그리고는 아주 무심하게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이 그림 선생님 가져요."


"정말? 선생님 줄 거야?"


매주 수업을 그다음 주에 예쁘게 포장해서 전달했기에 그때는 다시 물어보면 또 다른 대답을 하겠지 했다. 아이들은 보통 마음이 계속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이와 마지막 수업이었던 그 날, 나는 다시 물어봤다.


"이 그림 가져가야지?"


"아니에요~ 이거 선생님 거예요. 선생님 선물."

쿨내 나게 대답해주는 아이는 이미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그때 갑자기 모든 상황이 그리고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예민하다. 아이는 내가 퇴사의 마음을 먹고 있던 그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던 날 나에게 무언가 말로 위로를 해주며 선물로 줄 마음을 먹고 있었고 내 손을 잡고 토닥임을 전해줬었다. 아이의 마음을 알고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척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속에 눈물이 나는 기분이었다. 긴 인생으로 치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그때 고작 7살이었던 아이에게는 내가 큰 존재였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나와 짧은 포옹으로 대신했다.


더 오래였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을지도 모른다.


왠지 더 마음이 가던 아이.


마치 내가 이모가 된 기분으로 바라봤던 아이.


지금은 잘 지낼까?


벌써 몇 년 전인데 그 아이의 얼굴이 선하다. 나에게 와락 안겨서 웃던 모습도 기억난다. 아이의 웃음이 밝은 만큼 잘 웃으시던 아이의 어머니, 항상 좋게 생각해주시던 아버지 모두가 떠오른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은데 아이는 나를 기억할까 싶다. 벌써 중학생이 되었을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7살 조그만 꼬마로 남아있다. 그리고 나의 집 한편에 나의 그 시절 모습이 담긴 초상화도 남아있다.


아이의 특별한 선물.


누군가에게 처음 받아본 초상화.


귀엽고 사랑스럽던 아이의 마음이 그렇게 내 마음 한편에 남아 평생 간직하고 기억할 것 같다. 아이에게 처음 나와 함께했던 미술이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첫 미술 선생님을 기억할까? 세월이라는 것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 마음은 내 기억 한편에 자리 잡아 여전히 한 번씩 떠오른다.


미술 선생님 기억나니?


잘 지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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