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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취업 뽀개기

반짝반짝한 시간을 보낼 곳

by 글짓는써니

국가고시를 마치고 나서야 드디어 시작인 것 같았다.

하나 둘 주변의 취업 소식을 듣다 보니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러지 않았어도 되었다..




내 인생 첫 취업.

내 인생 첫 사회생활.


대학생활에서도 항상 아르바이트에 치여 살던 나였지만 정식 취업은 그것들과는 달랐다. 새로운 기분이었다. 이제 진정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듯한 뿌듯함. 돈을 쓰기만 하는 소비자의 역할이 아닌 내 노동력을 이용하여 그 대가를 받고 심지어 모아갈 수 있는 안정적인 생산자의 역할이라니.


모두가 알고 있듯 치과는 넘쳐난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상가에 크고 작은 치과가 꼭 하나씩은 있을 정도고, 전철역이라도 들어선다는 소문이 들리면 바로 그 앞에 치과 입점 플래카드부터 붙기 시작한다. 그만큼 넘쳐나는 게 치과인데 그때는 뭐가 그리 조급했었나 모르겠다. 안 그래도 넓지 않던 시야가 한껏 더 좁아져서는 옆이 가려져서 앞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는 경주마처럼 내가 보이는 게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지금 당장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고, 저곳이 아니면 큰일 날 것 같았던 그때 말이다.


천만다행으로 조급함에 눈이 멀었던 그때였음에도 운 좋게 좋은 곳으로 첫 취업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야 인생의 온갖 고달픔을 거기에서 다 겪었지만 사회초년생의, 신입 치과위생사에게는 꽤나 좋은 곳이었다는 데에는 지금도 이의가 없다.


그곳은 꽤나 배움에 특화되어 있는 곳이었다. 마치 치과위생사 전문 학원처럼 바르고 멋진 치과위생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 같았달까. 곳곳에 배울 것이 있었고, 무엇이든 알려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신입 치과위생사에게는 그런 곳이 필요하다.


언제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맡게 될지 모르는 치과위생사에게는 1년 차의 그 배움의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는 조금 순진한 얼굴로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표정을 지어도 웬만하면 다 용서가 되고 이해하고 넘어가 줄 수 있는 유일한 시기다. "학교에서 안 배웠어?" 라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질문을 쏟아내는 선배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사실 그런 사람도 있다. 사람은 가지각색이니까. 그 선배도 1년 차 때는 잘 모르지 않았을까.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들을 임상과 완벽히 연결시키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1년 차 내내 그곳에서 배웠던 것들로 10년 이상을 밥 벌어먹고살았다. 치과위생사 신입 시절을 얼마나 잘 보내느냐에 따라 나머지 기간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취업의 상처로 자리잡지 못하고 반년에 한 번씩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이 바닥 뜬다'며 '탈치위'를 선언하는 친구들도 있고 말이다..




나와 맞는 곳을 찾기란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선 확실하게 정리해 보자.

누군가에게는 충분한 내 시간이 보장되는 곳이 좋을 것이고 누구는 페이가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발전 가능성이, 누군가는 그저 집에서 가까운 곳이 제일일 수도 있다. 이러한 항목들에 좋고 나쁨은 없다. 그저 나만의 우선순위가 '다른'것일 뿐이지 어느 선택을 하더라도 '틀린'것은 아니다.


모든 관계와 만남에는 '궁합'이라는 것이 있다. 직장과 나의 관계 또한 그렇다. 내가 원하는 것을 그곳에서 받을 수 있고 그곳에서 원하는 것을 내가 내어줄 수 있을 때 좋은 관계는 성립된다. 병원에서도 좋은 직원을 찾는 것이고 직원도 좋은 병원을 찾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맺는 관계가 아니기에 서로가 면접관이고 면접 자일 수 있다.


많은 선택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공통적인 베이스가 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존중'이다. 치과위생사로서,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곳에서 나의 시간을 할애했으면 한다.


요즘에는 치과위생사를 위한 교육들도 넘쳐난다. 라떼는..(꼰대) 교육이라고는 학술제, 보수교육? 정도가 끝이었다면 지금은 많은 교육업체들의 수많은 교육 커리큘럼들이 이리오라며 이것만 들으면 좋은 치과위생사가 된다며 손짓한다. (심지어 임상에서 벗어나 있는 나도 듣고 싶을 정도다) 그러한 교육들에 적극 지원해마지않는 병원들이 있고, 오너들이 있다. 치과위생사로서의 발전을 원한다면 그런 곳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교육비 전액 지원이나 반액 지원 등의 내용이 이행이 되는 곳이라면 그곳은 직원의 발전, 자기 계발에 든든한 동행자가 되어 줄 곳이라는 뜻이고 그건 당장 매달 받을 월급의 조그만 차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만 큼 아주 근사한 일이기 때문이다.


직원의 발전을 위한 지원은 치과위생사에 대한 존중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 귀하고 아까운 돈은 그들에게도(비록 많이 벌더라도) 아까운 돈이다.






급할 것 없다. 신중하라.

'아니면 말고' 정신은 첫 취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당신의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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