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 is forever
미루고 미루다 억지로 찾은 낯선 치과.
날카로운 스텐 기구들이 쪼로로 올라가 있는 차가운 체어에 눈을 감고 눕는다.
얼굴이 가려진 채로 입을 한껏 벌린다.
치아를 깎아대는 요상한 기계의 윙~소리는 쉼 없이 귀에 거슬리고 숨조차 편히 쉴 수 없게 목에는 물이 차고 넘친다.
치과라는 공간에 오는 환자들이 대부분 겪게 되는 일이다. 이런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쉬이 만나는 것이 우리 '치과위생사'이다.
치과위생사는 할 일이 많다.
항상 머리를 굴려야 하고 쉬지 않고 몸을 써야 하며 아픈 환자들과 함께 하기에 마음을 다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또 다 잘 해내야 한다.
치과라는 특성상 항상 아프고 불편한 환자를 응대해야 하고 사람의 몸을 대하는 일이기에 슬렁슬렁할 수도 아무도 모르게 대충 해 버릴 수도 없다. (물론 어느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대충'인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나의 첫 사회생활 초반 간접적으로 언뜻 들었던 치과위생사의 세 가지 덕목은 내가 임상 치과위생사로 있는 동안 꽤 오랫동안 내 지침이 되어 주었다. 직접 들은 것이 아닌 탓에 중간에서 많이 덧칠되고 내 머릿속에서도 여러 번 각색되었던 치과위생사가 가져야 할 3가지 덕목은 간단하다.
Soft eyes
Soft hands
Soft mouth
첫 번째로 치과위생사는 부드러운 눈을 가져야 한다.
치과를 좋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 옳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치과에 방문한다는 것은 미룰 수 있다면 최대한 미루고 싶은 일, 어렵게 용기를 낸 치과에서 처음 마주한 것이 마스크 뒤의 차갑고 냉소적인 눈빛이라면 힘들게 내디딘 한걸음이 더 멋쩍어지고 민망해질 지도 모른다.
말보다 더 빠른 것은 눈이다. 무섭고 두려운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빛은 가장 큰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치과위생사는 부드러운 손을 가져야 한다.
이 부드러운'이라는 말은 단지 손 피부의 질감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치과위생사는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환자의 작은 입 안의 더 작은 치아의 아주 작은 충치를 치료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입은 우리 몸에서 예민하기로 손에 꼽는 기관 중 하나이다. 눈으로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얇디얇은 먼지 하나가 들어가도 불편함에 '퉤퉤' 이내 찾아내고야 마는 초예민 기관이 아닌가. 그러한 곳에 들어가 닿는 것이 손이고 낯선 치료에 겁이나 한껏 들어 올려진 어깨와 떨리는 손을 꼭 잡아 줄 수 있는 것도 손이다. 손이 투박하면 진료의 결과가 좋지 않고 마음 역시 좋지 않다.
이렇듯 손과 눈은 말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세 번째로 치과위생사는 부드러운 입을 가져야 한다.
말의 어투와 사용하는 어휘가 부드러워야 한다는 뜻이다. 낯선 공간에서 한껏 긴장되고 아파하는 누군가를 대하는 일인지라 말로써 아픔에 공감해 주어야 하고 두려움을 다스려 주어야 한다.
낯선 공간 차가운 체어 위에 누워 눈을 가리고 입은 벌린 채 편히 숨을 쉴 수 조차 없게 목에는 물이 찬다. 쉼 없이 거슬리는 위잉~소리가 울리고 언제 어디서 날카롭고 차가운 기계가 입 안에 들어올지도 모르는 불안감은 팽배하다. 그러한 시간 부드럽고 따뜻한 누군가의 말소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두려움을 감소시킨다.
이 세 가지 덕목은 단지 병원의 경영만을 위한 단순한 치과위생사의 스킬이 아니다.
사람 VS 사람,
낯선 사람 VS 익숙한 사람
아픈 사람 VS 돌보는 사람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덕목 측은지심 문제랄까..
어찌 보면 올드할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하지만 시간은 지나도 기본은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다. 꼰대 치과위생사의 지침이 되었던 이 덕목들 중 한 가지라도 꼰대가 아닌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치과위생사로서의 사명이 되고 다른 타인에게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기를...
Classic is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