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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써니 Oct 13. 2021

아이를 때리지 마세요

민영아 미안해

(탄원서 양식 첨부로 재발행합니다-링크는 하단에 있습니다)




민영아.

민영아..




민영아.

미안해.

이모가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


입양을 갔다기에 너무 잘되어서 눈물이 났었어.

정말 보고 싶었었는데 실례가 될까 싶어 사진 하나 부탁드리지 못했던 게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

코로나 탓만 하며 그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만 했었어.


저녁엔 삼촌이랑 웃으며 네 이야기를 나눴어.

정말 예쁜 아이였다고.

좋은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엄마 아빠 손잡고 웃으며 살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너의 앞날을 축복하고 그들에게 감사하며 잠이 들었단다.







정인이 일로 떠들썩하게 마음을 쏟고 나서 그다음부터는 일부러 그런 기사도 뉴스도 외면했다.

또 얼마나 내 마음이 소모될 줄 알기에 의식적으로 눈을 감고 귀를 막았어. 되게 비겁하지.

그런데 그 사이에 너의 이야기가 끼어 있었을 줄은...

내가 외면한 것이 너였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민영아.

예쁜 민영아.

나의 온기와 내 심장의 두근거림이 너에게 전해지길 바랐어.

그저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안으며 조금이나마 이 세상의 따뜻함을 느끼길 바라고 바랐다.

기억하진 않더라도 너의 무의식 어딘가에 나의 두근거림이 남아 있길. 그것이 네가 살아가는 데에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길 기도했어.




그게 얼마나 큰 오만이었니...

너에게 전한 나의 두근거림은 남지 않았고,

나에게만 너의 두근거림과 온기와 까만 눈동자가 깊게 남아버렸구나.



민영아.

너의 그 작고 따뜻하던 손을 잊지 않을게.

안으면 한 품에 쏙 들어오던 작디 작은 묵직함을 잊지 않을게.

무릎에 앉아 가만가만 책을 들여다보던 그 눈을 잊지 않을게.

신기한듯 마주 보던 까만 눈동자.. 잊을 수가 없지.





울다 잠이 들고 자다 깨서 울고 가슴을 퍽퍽 치고 땅을 마구 때려도 봤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과 인간에 대한 회의에 어찌나 세상이 무섭던지...


그 와중에 너는 얼마나 더 무서웠을지, 얼마나 울었을지, 그 밤들이 얼마나 길었을지, 살려달라 도와달라.. 얼마나 누군가를 찾았을지.. 그런 생각이 드니 더 못 견디겠더라.



민영아. 네 잘못이 아니다.

한 순간이라도 '내가 뭘 잘못했나.' 그런 생각을 했다면 그렇지 않아.

네 잘못이 아니야.



..



멀지도 않은 곳에 있었구나.


오늘따라 날은 또 왜 이리 좋던지 눈이 시리고 마음이 시려서 혼났다.

두리번두리번 네가 있는 곳을 찾다가 너를 발견하고는 주저앉아버렸다.

진짜 거기 있으면 어떡하니...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는 아니었어.

니 이름이 아닌 생소한 이름이 적혀 있는 그곳에서 한참 네 이름만 불렀다.

민영아.

민영아.





민영아.

다음에는 이모한테 와. 이리저리 들르지 말고 헤매지 말고 곧장 이모한테 오기야.

그곳에서는 아프지도 불안하지도 말고 따뜻하고 포근하기만 하길.



오래 걸리더라도 이모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지 계속 고민할게.

조금만 더 깊이 슬퍼하고 툭 털고 일어나서 살아갈게.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상을 살아내는 그 사이사이 널 기억할게.

네 이름도 얼굴도 폭 안기던 따숩고 작디작던 몸도.



고마워.

너의 온기와 두근거림과 미소를 나눠주어 고맙다.

미안해.

사랑한다 민영이.




 




민영이가 가고 3개월이나 지나고 나서야 이 일을 알았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손이 떨려 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어찌나 비겁한지 그 뉴스도 방송도 클릭하질 못합니다.


작은 함에 들어 있는 민영이를 보고 와서야 머리와 마음이 좀 가라앉습니다.




작은 상자에서 시작해 또 작은 상자로 끝나버린 우리 민영이의 삶이 너무나 아립니다.





아이를 때리지 마세요.

아이는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

아이의 떼씀과 울음은 그저 이 세상에 적응하고자 하는 애씀이고 노력입니다.

제발 아이를 때리지 마세요.




조건 없이 사랑만 받아도 모자랄 시기에 사람들은 그 아이에게 무슨 조건을 요구한 걸까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모르는 철부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불공평함이... 이 정도여서는 안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사람 자체로 존귀합니다.



민영이가 아닌 어느 누구도 그 사람. 사람이라 부르고도 싶지 않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민영이를 대신할 순 없습니다.

민영이의 이름으로 그들을 용서해선 안됩니다.

한 아이가 태어나 세상의 차가움과 무서움만 경험하고 갔습니다.



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예쁜 하늘을 보고 따뜻한 볕을 느낄 거라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세상은 이리도 불공평합니다.

그 작고 예쁘던 아이가 이 좋은 가을볕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자기의 세 번째 생일도 맞지 못한 채 아파하며 떠났습니다...





아이를 때리지 마세요.

그리고, 그들을 용서하지 말아 주세요.






민영이 탄원서 서명에 동참해 주시겠어요? -클릭

간단하답니다.

 http://naver.me/xcKkgyzL







그들에게 했던 축복의 말과 응원의 마음을 담은 글은 지웠습니다.

함께 축복해 주시고 마음을 나누어 주셨던 분들에게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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