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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써니 Jan 16. 2022

죽기 전에 내 책 한 권.

정신병 초기 증상

그냥 책을 좋아했다.

한번 잡으면 빠져들어 보곤 했다. 어려운 형편에 책도  충분치 않아 같은 책만 반복해서 보고 또 보면서도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그저 책에 몰입하는 그 순간이 좋았다.


와아아...

이런 글을 쓰다니.. 이런 책을 만들다니...


막연한 동경이었다.


아무나 못 할 것 같았던 그 일.

그래, 그래서 더 '꿈' 같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나 못 하니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나 책 쓸 거야"


주변에 막연한 꿈 이야기를 하면 반응은 두 가지였다.


'채애액~?! 책이라고오~?!' 말도 안 된다는 반응과

'어 그래. 그러렴' 아예 아웃 오브 안중.


하긴, 책 쓰는 게 뭐 쉬운 것도 아니고.. 나도 참... 풋.







잠을 설치고 머리를 쥐 뜯어가며 석사논문을 마쳤다. 제본해 나온 까맣고 작은 '책'을 둘러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김. 선. 이.


'내 이름 석자 새겨진 책이 그리 갖고 싶다더니 어찌 되었건 뭐가 나오긴 나왔네'

사는 일에 바쁘다는 핑계로 한참 잊고 살았던 '꿈'이 생각난 순간이었다.

'그래, 이거면 되었다. 이걸로 퉁치지 뭐~'


나 혼자 꿈을 퉁쳐버렸다.

이룬 것도 아닌 것도 아닌 애매한 성공이었다.

그리고 그 꿈을 닫.았.다.



이후로도 수시로 책을 찾았다. 옛스런지라 궁금한 게 있으면 책부터 찾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몰입할 곳이 필요할 때에도 책만 한 게 없었다. 같이 울고 웃고 걷고 뛰고.


책을 보며 꿈을 넣고 닫아버린 상자가 들썩거릴 때마다 한번 더 뚜껑을 꼭 눌러 닫았다.


에이 안돼~

지금 말고~

언젠가~

나중엔...


그러면서도 몰래몰래 나는 나중에 무슨 책을 쓸 수 있을까, 도입은 어떤 장면으로 하면 좋을까 의미 없는 상상들을 하며 스스로를 도닥였다.



로또를 사지도 않으면서 로또 1등을 꿈꾸듯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책이 만들어지길 꿈꾸고 있었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건  정신병 초기 증상이다.

-아인슈타인-


그래, 누구의 말대로.. 초기 증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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