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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써니 Feb 17. 2022

그러면 책 못써요

"그러면..책 못 써요~"




나는 스스로 겁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때때로 나는 무척이나 용감하다.



어려운 집안의 맏이로 태어났다. 꽤나 많이 어려웠기에 많은 것들을 혼자 결정하고 오롯이 해내야 하는 상황들에 놓였었다. 분명 슬픈 일이었지만  경험들은 쌓이고 쌓여 제법 단단한 심지가 되어 주었다.


많은 어렵고 두려운 상황에 겁을 집어먹지만 결국은 뒤돌아가지 않는 선택을 하는 , 그리고 무던하게 묵묵히 해내는 습관은 힘들었던 시절의 흉터 인지도 모르겠다.





"저는.. 죽기 전엔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아직은 낯설었던 사람들에게 막연한 꿈 이야기를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의 꿈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면... 책 못써요."

 노랫말인 듯 말소리인 듯 가녀린 듯 단호한 답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하고 있던 걸 내어보인 기분이었다. 부끄럽기보다 기뻤다. 그간 누군가 말해주기만을 오랫동안 기다렸던 듯이.



트리거.


그 말이 희미한 회로에 녹슨 스위치를 올렸다.

꽁꽁 눌러 수시로 가두었던 꿈상자가 열려버렸다.



나조차 생각해보지 않고 살았던 '꿈'을 상자에서 꺼내놓으니 감당이 안되었다. 꽁꽁 숨겨둔 채 '언젠가' 뒤에 숨어 있을 때는 편했다. 안 할 게 아니니까. 난 정말 '언젠가, 준비가 되면, 시간이 나면,' 그 일을 할 거였다. 다만 지금은 아닐 뿐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도닥이고 쉽고 편안한 선택을 했었던 거다.




'언젠가'는 미지의 세상이다.

항상 그렇듯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감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편히 누워 있어 봐야 내 입 안으로, 고대로, 말끔히 감이 떨어져 줄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입 밖에 내고 나니 욕심이 났다.

'언젠가'라는 미지의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이제   있을 것도  같았다. 그래, 용감했다.





막연한 장막이 걷히고 나니 본래의 내가 나왔다. 분석하고 계획을 세우고 무던히 묵묵히 뒤도 보지 않고 걷는 사람.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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